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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남녀 발레 무용수, 14년 만에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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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 발레 박세은·마린스키 발레 김기민
'라 바야데르'서 주역 출연…2010년 후 처음
김기민 "어렸을때 누나랑 춤추려고 따라다녀"
박세은 "대스타와 함께해 영광…동료에게 자랑"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35)과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32)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남녀 발레 무용수다. 둘은 내달 1일과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하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10월30일~11월3일)' 무대에 선다. 라 바야데르 5회 공연 중 2회를 책임진다. 둘이 호흡을 맞추기는 한국 발레계의 샛별로 주목받던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에 마지막으로 함께 한 작품도 라 바야데르였다.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세은과 김기민은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누나랑 같이 춤추자고 맨날 따라다녔다. 누나가 예원학교에 다닐 때 저는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누나가 제 친형(김기민의 형은 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기완이다)이랑 예원학교 동기다. 예원학교 수업을 하면 제가 (형을) 따라갔다. 그래서 누나랑 항상 같이 춤추자고 따라다녔던 동생이었다."(김기민)


"어렸을 때는 1살 차이도 크게 느껴진다. 제가 14살일 때 이 친구는 11살이었는데, 정말 아기 같아 보였다. 저는 기민이 형 기완이랑 계속 같이 춤을 췄는데, 어느 순간 아기였던 친구가 어른이 돼서 같이 춤을 추게 된 거다."(박세은)

[On Stage]'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남녀 발레 무용수, 14년 만에 호흡 박세은 파리오페라 발레단 에투알(수석 무용수·왼쪽)와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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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민은 17살이던 2009년 20살이 된 누나와 춤추고 싶다던 꿈을 이뤘다. 둘은 그해 12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에 나란히 주역으로 기용됐다. 국내 발레 사상 최연소 주역 커플의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박세은은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Ⅱ 생활을 접고 그해 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직후였다. 김기민은 그해 5월 모스크바 발레콩쿠르 주니어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2학년이었다.


"저한테는 엄청난 행복이었다. 제 또래들이 정말 질투를 많이 했다. 누나와 같이 춤을 추는 게 모든 남자 무용수들의 꿈이었는데 내가 제일 먼저 했으니까."(김기민)


이듬해 2010년에는 8월 돈키호테, 10월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잇달아 호흡을 맞췄다. 돈키호테는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한 서울국제발레페스티발 공연의 일환이었고,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단 25주년 기념 앙코르 공연이었다.


이후 둘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없었다. 다시 이듬해인 2011년 박세은은 파리오페라 발레단에, 김기민은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했다. 둘은 파리오페라 발레단이나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언젠가 같이 공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없었다고 했다.


파리오페라 발레단과 마린스키 발레단 모두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단체. 둘은 세계 최고의 단체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한국 발레 역사를 새로 썼다. 박세은은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뒤 2021년 파리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이 됐다. 김기민도 아시아인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한 뒤 4년 만에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아시아인 수석 무용수가 됐다.


둘은 발레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며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상도 잇달아 받았다. 김기민은 2016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상을 받았다. 한국 발레리노 최초였고 지금도 유일하다. 박세은도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1999)과 김주원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2006)에 이어 2018년 한국 발레리나 세 번째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았다.


김기민에게 라 바야데르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영광을 안겨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는 2015년 12월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라 바야데르를 공연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기민은 당시 커리어 사상 가장 심각한 부상을 당한 때였다고 했다. 파리오페라단 공연에서 앞서 중국에서의 공연을 취소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도 공연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런 대단한 발레단에서 언제 다시 춤을 추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꼭 추고 싶었다. 그때 누나가 매일 약을 사 주면서 정말 많이 챙겨줬다."


박세은은 당시를 떠올리면 김기민이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기민이가 공연을 마치고 돌아간 뒤 남자 동료 무용수들이 기민이의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부상 중인데도 이렇게 (빼어난) 공연을 했다며 감탄했다."


라 바야데르는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린스키 발레단이 초연했다. 마린스키의 상징과 같은 작품인 만큼 김기민이 무수히 많이 공연한 작품이다. 김기민은 어쩌면 라 바야데르 출연 횟수가 100회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On Stage]'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남녀 발레 무용수, 14년 만에 호흡 박세은 파리오페라 발레단 에투알(수석 무용수·왼쪽)와 김기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반면 박세은에게는 이번이 네 번째 무대다. 2010년 유니버설 발레단 앙코르 공연에 이어 2015년 3월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에 파리오페라 발레단을 대표해 출연했고, 2022년 4월에는 파리오페라 발레단에서 공연했다.


박세은은 "시험 정답지를 아는 친구랑 춤을 추는 기분"이라며 "(기민이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제가 얕게 공부했던 라 바야데르 작품을 수없이 무대에 올렸던 기민이와 이렇게 연습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너무 설렌다. 정말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생각한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이 아마 2년 후에 다시 라 바야데르를 공연할 텐데 한층 성숙하고 더 확신에 찬 니키아를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둘은 현재 각자의 소속 단체가 시즌 중인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라 바야데르 무대에 오른다. 김기민은 중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날 입국해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인터뷰 장소인 예술의전당으로 온 상태였다.


"사실 기민이랑 하니까 온 거다. 저희 세대가 루돌프 누레예프(1938~1993·러시아의 전설적 무용수)를 보면서 자랐듯, 지금은 발레 유망주들이 김기민을 보면서 자라는 시대다. 우주 대스타랑 공연을 하게 돼 너무 영광이다. 파리오페라 발레단 동료들에게 김기민이랑 공연하다고 자랑하고 왔다."(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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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다. 한국에서 너무 하고 싶었다. 그리고 누나랑 하게 됐다. 제 입장에서는 라 바야데르와 박세은 둘 다를 잡은 셈이다."(김기민)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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