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텔란 작품 '코미디언', 미 경매 시장 나와
벽에 붙인 바나나, 예상 판매가 최대 20억원
"개념적인 예술 작품…미술 시장 현실 조롱"
'1억 바나나'로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미국 뉴욕에서 진행되는 경매에 부쳐질 전망이다. CNN 방송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다음 달 20일 뉴욕 경매업체 소더비 본사에서 경매에 나올 예정이며, 예상 판매가는 100만달러(약 14억원)에서 최대 150만달러(약 20억원)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코미디언’은 총 세 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전에 세 점 모두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팔렸다. 두 점은 개인 수집가에게 각각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 팔렸고, 나머지 한 점의 판매가는 비밀에 부쳐졌으나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것은 이 세 점 중 하나로, 판매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코미디언’은 하얀 벽면에 덕트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작품으로,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평범한 바나나를 벽에 붙인 것만으로 예술 작품이라고 선보인 이 작품의 가치를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일부 평론가는 이 작품이 과거 소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했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에서 이어지는 ‘개념 예술’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본다. 바나나라는 사물 자체가 아니라 ‘바나나를 벽에 붙였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경매에 낙찰되면 덕트 테이프 한 롤, 바나나 한 개와 진품 인증서, 그리고 작품 설치를 위한 공식 안내서가 제공된다. 소더비 측은 “‘코미디언’은 개념적인 예술 작품이며, 실제 물리적 재료는 모든 전시마다 교체된다”고 전했다.
소더비의 현대미술 책임자 데이비드 칼페린은 “코미디언은 혁신적이고 대담한 걸작”이라며 “심오한 비판적 사고와 파괴적인 재치가 균형을 이룬 이 작품은 예술가와 우리 세대를 정의한다”고 말했다. 또 “코미디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작품의 본질적인 개념적 아이디어를 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미디언’은 지난해 국내 리움미술관에서도 전시됐는데, 당시 한 서울대 학생이 이 작품을 떼먹는 일이 발생했다. 미술관과 카텔란 모두 이 학생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으나, 온라인에서는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해 작품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다. 다만 이 학생은 이후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카텔란의 작품은 권위에 대한 반항이다. 반항에 대한 또 다른 반항을 해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전시 때도 미국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가 바나나를 떼먹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아트바젤과 카텔란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되레 온라인상에서 작품을 희화화하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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