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 2024]
"트럼프는 무너진 미국을 다시 복원할 겁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27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인근. 미국 대선을 9일 앞둔 이 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를 위해 찾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주변은 오전부터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인 '마가(MAGA)', '트럼프(Trump)' 등의 문구가 적힌 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성조기를 휘감은 지지자들은 오후 5시에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직접 보기 위해 수 시간 전부터 도착해 긴 줄을 섰다.
이날 아침 일찍 유세장을 찾았다는 50대 여성인 로라 씨는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살리고, 불법이민과 범죄를 근절할 적임자"라며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를 찍었고 올해도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대 남성인 프레드 씨는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만이 미국을 정상화하고, 세계를 전쟁에서 끄집어내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민주 텃밭 찾은 트럼프 자신감…"카멀라, 넌 해고야"
뉴욕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고향이자, 부동산 사업 본거지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다음 달 5일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탄력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텃밭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유세를 통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며 지지층을 더욱 결속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폭스뉴스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가능하다면 뉴욕에서 이기고 싶다"며 "이민자들이 뉴욕을 점령한 상황에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만큼은 맨해튼은 '트럼프 월드'를 방불케 했다. 유세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 주변은 오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유세장 인근 거리 곳곳에서도 "신이 선택한 트럼프", "악과 싸우는 트럼프"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지지자들이 눈에 띄었다. 8번가 뉴욕타임스(NYT) 사옥 앞으로는 '트럼프 2024' 'MAGA' 등이 적힌 깃발과 성조기로 장식한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트럼프 특수를 노린 상인들도 거리 곳곳에서 모자, 셔츠, 기념품 등 각종 트럼프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이날 연단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사랑하는 도시로 돌아와서 기쁘다"며 "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하고 싶다.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나은가"라고 질문부터 던졌다.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아니오(No)"라고 외쳤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고, 범죄자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다시 아메리칸드림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는 엉망진창이다. 조 바이든도 엉망진창"이라며 "더 이상 우리나라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카멀라. 당신은 해고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간병인 세액공제 등의 추가 공약도 밝혔다.
이날 뉴욕 유세에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도 참석해 연단에 섰다. 머스크 CEO는 "미국이 전에 없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놀라운 미래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공식석상 등장을 자제했던 멜라니아 트럼프도 나섰다. 당초 공개된 연설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멜라니아는 "안타깝게도 오늘날엔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경제적 불안정성이 커졌다. 뉴욕시와 미국은 마법을 되찾아야 한다"며 마지막 연설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사전투표장선 해리스 우세…韓기자에 "트럼프는 당신 나라에 돈 더 내라 할 것"
뉴욕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서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에서는 26일부터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사전투표 시작 이틀째인 이날 오전 뉴욕 아트·디자인 고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마이클 미스코 코디네이터는 "어제 하루에만 2200명이 사전투표를 했고, 오늘은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는 일요일인데도 예상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고 있다"며 "사전투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이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26세의 조던 씨는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여성의 낙태권 보장에도 부정적"이라며 "미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리스가 당선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70대 여성은 "트럼프는 돈만 밝히는 사업가"라며 "그가 하는 말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그가 내놓는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한국 매체 소속이라는 기자의 말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당신네 나라에 돈을 더 내라 할 것"이라며 "그에겐 동맹도, 가치도 없다. 트럼프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장사꾼"이라고 비판했다.
9일 앞둔 美 대선, 막판까지 초박빙 판세
미 대선을 불과 9일 앞둔 시점에서 두 후보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초박빙 판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에서 50%의 지지율을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9%)을 1%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중순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51%, 48%로 격차가 3%포인트에 달했는데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지지율 차이가 줄었다. 지난 25일 NYT와 시에나대가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대선 전망은 안갯속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달 초 같은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3%포인트 앞섰는데 격차가 완전히 해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대선 승패를 좌우할 7대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앞서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 24일 공개된 에머슨대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1%포인트 우위를 나타냈고, 노스캐롤라이나와 위스콘신에서 1~2%포인트 앞섰다. 실제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때보다 2~3%포인트 더 득표하는 '샤이(Shy) 트럼프'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포브스는 "해리스가 트럼프에 소폭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백악관행 경쟁은 막상막하인 상황"이라며 "선거가 2주도 안 남은 가운데 예측불허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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