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 콘퍼런스서 대담
"수출 부진, 외부 요인에 주목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1% 성장하며 예상치를 밑돈 데 대해 "11월에 성장률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국제금융협회(IIF) 콘퍼런스에서 대담자로 참석해 '한국경제 전망과 도전과제'에 대해 논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2.4%, 내년 성장률을 2.1%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어제 3분기 GDP 지표가 나왔고 수출이 예상보다 좀 더 부진했기 때문에 11월에는 성장률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는 외부 요인에 주목해야 할 문제일 수 있는데 중국의 경기 둔화는 분명히 하나의 문제이고 글로벌 정치적, 지정학적 긴장도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며 "IT 사이클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맞는지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경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데이터를 보였고 미국 대선과 관련된 재정 정책 우려로 지난 2주 동안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가장 실질적인 우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더라도 달러 강세가 멈출지, 계속될지"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해서는 "중국은 많은 것을 생산하지만 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중국 기업들이 수요를 찾기 위해 중국 밖으로 향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무역은 무역 갈등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인 2013~2014년 사이에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중국의 경쟁력이 이미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서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인공지능(AI)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이 총재는 소매형 CBDC의 도입 여부를 묻는 말에 "지난 2년간 소매형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은 이미 빠른 결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신용카드도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이유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토큰화된 예금과 함께 도매형 CBDC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한국은 AI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산자로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며 "또 한국은 매우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AI가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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