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열차 멈추자 30여명 몰려 강도질
"여기서 수년 살았는데…이런 건 처음"
미국 대도시 시카고에서 화물열차가 멈추자 '강도'들이 달려들었다. TV, 에어프라이어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훔쳐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미 CBS 뉴스 등은 최근 시카고 '열차강도' 사건을 조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의 화물철도 운영사 중 하나인 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 소속 열차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 화물열차는 시카고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 환적을 위해 잠시 멈춘 상태였다. 이때 갑자기 30여명의 강도가 달려들어 열차 내 화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담을 넘어 선로 쪽으로 다가가더니, 순식간에 컨테이너 근처로 몰려든다. 이들은 열차 안에서 에어프라이어, TV 등 고가의 전자제품 박스를 꺼낸다. 훔친 물품을 차 루프에 매달고 범행 현장을 달아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낮에 미국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진 열차 강도 사건은 현지 주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한 주민은 매체에 "저는 이곳에서 지난 몇 년간 살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사람들이 실제로 고가도로로 기어 올라가더니 화물열차로 들어갔다"로 경악했다. 또 다른 주민은 "그냥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며 "주변 목격자들 모두 '와, 내가 지금 뭘 본 거지'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고받고 출동한 시카고 철도 경찰은 열차 선로를 통제하려 했으나, 작업 시간만 1시간가량 소요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강도가 몰리면서 피해는 더욱 불어났다. 현지 주민들은" 경찰은 이런 일에 전혀 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경찰이 더 빨랐다면 모방범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피해 액수는 아직 조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 이후 시카고 경찰은 열차 강도 6명을 붙잡았으며, 이들 중 2명은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유니언 퍼시픽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피해자 없는 사건이 아니"라며 "소비자와 일반 대중은 물론 철도 노동자, 공무원의 안전에 위협"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또 사건의 여파로 출퇴근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열차 강도들이 특정 회사의 컨테이너만 노려 고가 제품을 훔쳐 갔다면서, 내부 정보가 유출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유니언 퍼시픽은 지역 경찰과 협력, 추가 용의자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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