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제 요구에 코어타임제로 줄다리기
근무제 변경 때마다 내부 갈등 이어져
근무제도 개편으로 카카오 내부 갈등이 또다시 점화될 조짐이다. 노조에서 재택근무제 부활을 요구하자 사측에선 코어타임제도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코어타임제는 집중 업무 시간제를 가리킨다. 카카오는 그간 최고경영진(CEO) 교체 때마다 잦은 제도 변경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16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사는 재택근무 부활을 비롯해 코어타임제 도입 등 근무제 변경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다.
근무제 개편은 재택근무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노조는 재택근무제를 원하는 조합원 의견을 수렴해 올해 임금·단체 협약(임단협) 안건으로 올렸다. 카카오는 코로나 시기 1년 넘게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다가 사무실 출근제로 점차 전환했다. 올해 초 정신아 대표가 취임한 후에는 전면 사무실 출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측에선 최근 코어타임제 도입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택근무제를 부활하려면 근무 장소가 어디든 집중 업무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직원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되 오후 2~5시를 집중 업무시간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사무실 근무를 우선으로 하는 ‘카카오 온’을 시행하면서 코어타임제를 폐지했다.
노조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업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재택근무제 부활을 요구하는 것인데 일괄적인 코어타임제는 이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2022년 코어타임제를 도입할 때도 내부 반발이 심해 오후 1~5시에서 오후 2~5시로 축소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반발이 컸던 코어타임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사측에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근무제 개편을 두고 갈등을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CEO가 바뀔 때마다 근무제를 변경하면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CEO가 4번 교체된 2022년에는 근무제 역시 4차례 바뀌었다. ▲조직 단위로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2.0’ ▲장소에 상관없이 음성연결을 중심으로 일하는 ‘메타버스 근무제’ ▲상시 음성연결을 철회하고 격주 ‘놀금(노는 금요일)’을 도입하는 ‘파일럿 근무제’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고 놀금을 축소한 ‘카카오 온’ 등을 거쳤다.
이번 개편 논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카카오 노사는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후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교섭 결렬 후 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근무제뿐 아니라 일부 경영진에 대한 해임이나 내부 감사 등 경영 쇄신을 요구하던 노조는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카카오 관계자는 "근무제도에 대한 이견이 있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노조와 계속 대화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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