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산악사고 구조 3만3236건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 다녀야"
가을철을 맞아 산행길에 오르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정규 탐방로가 아닌 '비정규 탐방로'(비탐로)를 찾아다니는 모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정규 탐방로는 길이 고르지 않아 실족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생태계를 해칠 수 있어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유명 산악 동호회에선 정규 탐방로가 아닌 비정규 탐방로를 찾아 정복하는 '도장깨기' 모임이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매주 설악산, 북한산 등 대표 국립공원을 포함해 도립공원 등 규모가 작은 곳의 탐방로를 찾아가는데, 일반적으로 모집 인원은 20명 이내다. 한 모집글에는 '설악산 한계령부터 백담사까지 12시간가량 소요되는 코스를 동행할 인원을 찾는다'며 '비탐로를 이용할 예정이니 산행 경력이 있는 회원을 우선 모집한다'고 적혀 있었다. '비정규 탐방로인 설악산 달마봉부터 신흥사까지 함께할 회원을 찾는다'는 내용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0여년간 산악회에서 활동한 강모씨(54)는 "정규 탐방로를 자주 다닌 회원 중엔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옛길을 걷기 위해 비정규 탐방로를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며 "서로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비정규 탐방로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행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국립공원의 경우 정규 탐방로가 아닌 비정규 탐방로로 다니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으로 위반 시 과태료가 최대 50만원이 부과된다. 반면 국립공원을 제외한 공원은 정규 탐방로라는 개념이 따로 없어 등산객이 자주 찾는 길로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정규 탐방로 또는 인적이 드문 길은 험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실족이나 탈진 등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1~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 구조 건수는 모두 3만3236건으로 월별로는 날씨가 선선해지는 9~10월(25%)에 집중됐다. 지난해 사고 원인으로는 발을 헛디뎌 발생하는 '실족 및 추락'(3186건)이 가장 많았다.
한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사건·사고와 비교해 비탐로로 진입해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산행길 중간에 탈진하는 분들은 대개 비탐로로 오르다 포기하는 분들"이라며 "등산 경험이 많은 분들은 정규 탐방로가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색다른 길을 찾기 위해 비탐로로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자들은 가을철 집중되는 산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정된 등산길만을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비정규 탐방로는 길이 생소해 등산객이 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크고 중간에 탈진, 실족 등 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진다"며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로 다니되 등산 전 본인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알맞은 난이도의 길을 선택해 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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