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만에 폐쇄된 '알프 뒤 그랑세르'
인공 눈에 90% 의존, 103억 적자 발생
프랑스의 대형 스키 리조트인 '알프 뒤 그랑세르(Alpe du grand serre)'가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쇄를 결정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스키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강설량 급감과 인공 눈 생산비용 급증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알프스 산맥 일대 스위스, 이탈리아 스키장들도 눈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앞으로 폐쇄를 결정하는 스키장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북부 알프스 최대 스키 리조트인데…지구온난화에 운영 포기
CNN에 따르면 알프 뒤 그랑세르 리조트가 위치한 프랑스 동부 이제르주 마테진 지역의회는 올해 겨울시즌부터 해당 리조트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투표결과 총 47명의 의원 중 35명이 운영 중단에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리조트 회생을 위해 지역의회의 재정 보조금까지 투입했지만, 회생에 실패하면서 운영중단이 결정된 것이다.
해당 리조트는 해발 1368m에 위치한 북부 알프스 지역 최대 스키 리조트로 총 55km에 이르는 거대한 슬로프를 보유하고 있다. 1939년부터 85년간 운영됐지만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주변 6개 마을주민 200여명이 리조트에 근무하고 있어 이들의 실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지역의회는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알프 뒤 그랑세르가 파산한 주요 요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눈 부족이다. 본래 알프스 서부지역은 9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시작하고 10월부터 스키장 개장이 가능한 추운 지역이었지만, 최근 기온이 상승하며 강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4주동안만 스키장 운영이 가능했고, 그나마 인공 눈을 생산해야 슬로프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누적적자가 계속 불어났다. CNN에 따르면 해당 스키장의 지난해 1년동안 누적적자만 700만유로(약 103억원)에 달했다.
인공 눈 의존도 90% 육박…유럽 알파인 스키장 공동위기
알프 뒤 그랑세르 외에도 알프스 산맥 일대 스키장들은 모두 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알프스 일대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키장들의 인공 눈 의존도는 최근 10년 동안 40%에서 90%까지 크게 올라갔다. 특히 2021년 이후 강설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스키장의 지속적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발 1600m 이하 알프스 산맥 중턱에 위치한 스키장들의 경우 지구온난화 여파를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루방 가톨릭대학 소속 빙하학자인 마리 카빗은 BBC에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져 더 많은 비가 내린다. 특히 해발 1600m 이하에 있는 스키장에서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눈보다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기존에 쌓여있던 눈도 더 많이 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지구온난화가 더 가속화되면 스키장 운영중단에 따른 경제적 문제를 넘어 홍수와 식수 부족 등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BBC는 "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는 더 빨리 녹고 눈은 덜 내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계곡에 대규모 홍수와 침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며 눈사태 위험도 증가한다"며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녹은 눈이 회복되지 못하면 지역 공동체가 사용해야할 식수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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