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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협회서 생산 조절, 담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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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민과 소비자 보호 효과
공정거래법 예외 경우에 해당”
쟁점 비슷한 사건에 영향 줄듯

오리 신선육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들이 오리협회 산하 회의체에 참여해 생산량을 공동으로 제한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농축산물의 수급균형을 위한 협회와 회사 간 생산량 제한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첫 판시다. 현재 법원에 비슷한 쟁점을 다투는 사건이 여럿 계류돼 있어 해당 사건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리협회서 생산 조절, 담합 아냐” 오리 사육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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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형진·박영욱 고법판사)는 지난달 26일 성실농산 영동조합법인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2022누61146)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2년 4월경 오리 신선육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통오리 가격 시세’가 1마리 당 전년도 7200~1만200원에서 생산원가인 6000~65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성실농산 등 6개 사 대표는 오리협회의 계열화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새끼 오리 물량을 20% 이상 자진 감축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오리협회는 회원 사업자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2015년 말경에는 국내 시장에 오리 신선육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성실농산 등 대표들은 2016년 1월 오리협회 계열유통분과위원회 회의를 통해 종오리 감축을 합의했다.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회사도 협회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고 동의했다. 이후에도 여러 번에 걸쳐 회사 대표들은 계열유통협의회 회의를 통해 생산량 감축을 합의하고 실제 생산량을 조정했다.


공정위는 이들의 가격 인상 등 행위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상품의 생산을 제한하거나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것을 합의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5억9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성실농산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자유경쟁의 예외로 허용”

재판부는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고 성실농산의 손을 들어줬다. 농·어민 자조(自助) 조직의 활동이 그 활동을 특별히 보호하고자 하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경우, 자유경쟁의 예외로서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우리 헌법상 경제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헌법 제123조 제4항은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규정해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가격 안정을 국가의 과제로 명시하고 있다”며 “농축산물 시장이 개방된 이후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이 제한받게 됨에 따라 농축산물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자들 사이에 자율적인 수급 조절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도 축산자조금 등을 통한 축산물 생산자들의 자율적인 수급조절을 지원하는 수급안정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국의 캐퍼-볼스테드법(Capper-Volstead Act, 미국연방법농업법의 제12장) △유럽공동체 설립조약 △독일경쟁법 등 외국의 입법례도 이유로 제시했다. 미국에선 농산물생산자들이 단체를 조직해 공동으로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할 때, 일정한 공동행위를 하더라도 독점규제법인 셔먼법 적용을 면제한다. 유럽이사회 규칙은 농산물의 생산·판매 또는 농산물의 저장·처리·가공을 위한 공동시설의 이용 등에 대해 농업인들, 농업인조합 등의 합의·결의·행위에 대해선 반경쟁적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유럽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도 비슷한 취지의 규정이 있다.


재판부는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농가 소득 증대,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가격 안정 등을 위해 농업 분야에 관한 법률 규정을 두어 농산물 생산자 또는 그 단체의 일정한 공동행위에 대해 독점규제법이나 경쟁법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며 “이들의 생산량 제한 행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효과가 커서 공정거래법 목적에 실질적으로 반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생산량 조절과 별도로 부당하게 시장가격을 상승시키는 합의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가격담합)가 될 수 있는데, 성실농산은 실제로 가격인상 합의를 한 생산업체 영업책임자 회합이나 카톡방에 참여한 사실이 없는 등 가격인상 합의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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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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