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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세계 1위 고려아연, 엄마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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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의 유명한 재판 이야기가 있다. 두 여인이 죽은 아이와 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살아있는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주장한다. 솔로몬 왕이 "산 아이를 둘로 나눠 반쪽씩 주라"고 하자, 친어머니가 나서 아이를 죽이지 말고 다른 여자에게 줄 것을 간청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를 바라보면서 아이를 살려달라 간청할 어머니가 누구일까를 생각해봤다. 기업의 어머니를 창업주라고 본다면 고려아연의 어머니는 영풍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故) 장병희, 최기호 회장이다. 두 가문은 75년간 공동경영을 이어왔다.


상장사인 고려아연의 지분은 장씨 가문이 더 많지만, 직접 경영한 쪽은 최씨 가문이다. 키운 정(情)이나 공(功)으로 본다면 최씨 가문이 마땅히 고려아연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겠다.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을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창업 3세대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고, 지분은 분산됐다. 장씨 가문 2세와 최씨 가문 3세 간의 '신구(新舊) 갈등'도 외부로 불거졌다. 이 틈을 노려 자본시장 선수인 MBK파트너스가 내가 더 잘 키울 수 있다며 장씨 가문과 손잡고 나선다.


자본 시장의 눈으로 보기에 세계 1위 고려아연의 주가가 비실비실한 것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MBK의 주장을 들어보면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해인 2019년부터 부채가 급증하고 수익성이 악화했다.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최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해인 2019년 4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4110억원으로 35배 증가했다.


또한 자본잠식기업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SM 시세조종 가담 의혹 등 꺼림칙한 투자 사례들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났다. 최윤범 회장 측은 신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자 적절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었다며 내부적인 재무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투자 의혹이나 경영 능력은 일단 제쳐두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발생 이후 최 회장의 대응 방식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경영권 분쟁 초반부터 본인과 관련된 투자 배임 의혹이 핵심 이슈로 불거졌다.


그는 직접 나서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명을 하기보다는 80여개 협력사와 기술 임원들을 앞장세워 현 체제 유지를 외쳤다. 또 지역 정치인들의 옆구리를 찌르자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펀드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이 해외에 유출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초동시각]세계 1위 고려아연, 엄마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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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등장한 최 회장이 들고나온 카드는 회삿돈으로 최대 15.5%까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다소 당황스러운 전략이다. 2조원이 넘는 회삿돈은 알고 보니 고리대금으로 그 부담은 최 회장 본인도, 백기사도 아닌 고려아연이 떠안아야 한다. 이렇게 얻은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진짜 엄마인 줄 알았더니 반 토막이 나도 갖고야 말겠다는 가짜 엄마의 심보가 아닌가.


최 회장 입장에서는 최씨 일가가 훌륭하게 키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내놓는 것이 억울하고 뼈아픈 일이다. 젊은 대표의 신사업 비전을 세상이 몰라주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최 회장 그리고 최씨 일가 스스로가 선택의 고비마다 내린 경영 판단의 축적된 결과다.


냉정하게 보면 최 회장은 1.84%를 보유한 주주이면서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은 대표 임원에 불과하다. 주주들이 각자의 권리를 지분대로 나눠 가진 상장사 고려아연을 영원히 경영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부여되지 않았다.


외부로부터 흔들림 없이 확고한 경영권과 의사결정권한을 유지하고 싶다면 과반의 지분을 확보했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좀 힘들고 불편해도 설명하고 설득하고 호소해서 확실한 우호 주주를 확보했어야 한다. 경영자로서 인정받고 싶다면 의혹투성이 투자 대신 주가와 실적, 미래가치를 숫자로 증명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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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에게 세계 1위 고려아연을 키울 엄마의 자격이 있는가. 자본시장의 솔로몬(주주)이 판결을 내릴 시간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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