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샌드박스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RWA 프로젝트들
소액 자금조달창구로 주목
이르면 10월 중순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됐던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개장이 연내로 다소 늦춰졌다. 국내 자금조달 창구로 거래소 개장을 고대해 온 국내 실물연계자산(RWA) 프로젝트들도 거래소 일정만 바라보게 됐다.
27일 토큰증권(ST)·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당초 10월 중순 개장을 목표로 했으나 시스템 구축이 다소 지연되면서 연내로 개장 시점을 미뤘다. 다만 거래소 출범식은 예정대로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4)' 개막식이 열리는 내달 28일에 발맞춰 진행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이날 공개된다.
RWA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부동산, 미술품, 채권 등 물리적 자산을 토큰화한 자산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이어 국내 기업들도 RWA 사업 진출을 늘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통화, 탄소배출권, 지식재산권(IP) 등까지 토큰화 가능 대상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서 마땅한 자금조달 창구를 찾지 못한 RWA 프로젝트들은 거래소 출범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토큰증권발행(STO) 방식으로는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2년간 ST업계서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곳은 지난 4월 말 인가를 받은 갤럭시아머니트리·신한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항공컨소시엄이 유일하다.
이는 연쇄적으로 한국거래소가 '토큰증권 장내시장'으로 준비해 온 'KRX 신종증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작년 말 금융위 샌드박스 인가를 받아 KRX 신종증권 시장 준비에 착수했지만, 현재는 연내 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당초 금융위 샌드박스를 통과한 ST 사업자들이 소수에 불과해 상장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거래소 측은 수요 타진을 위해 업계와 접촉 중이지만, 이 역시 요원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 알려진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상장금액 30억원 이상' 등 높은 문턱들도 기업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품 영역부터 향후 ST까지 거래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ST 등 증권신고서 제출 및 인가가 필요한 상품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 규제가 적용된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금융샌드박스 통과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프로젝트단에서 자금조달 창구로 기대감이 크다"며 "(거래소에는) 2억~3억원 위주로 소액 규모로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 위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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