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술 전시회 개막식에서 작품 훼손돼
아이웨이웨이 작품 넘어뜨리고 머리 위로 번쩍
범인, 미술계 악명 높아…"충격적인 행동"
이탈리아의 한 미술 전시회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탈리아 볼로냐 팔라조 파바 박물관에서 열린 중국 출신 현대미술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나는 누구인가?' 전시회 개막식에서 체코 국적의 남성(57)이 작품을 훼손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아이웨이웨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당시 벽 근처를 서성이던 남성이 작품 쪽으로 다가가더니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부서진 파편 조각을 자신의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기까지 했다. 남성이 훼손한 작품은 대형 청백색의 '포르셀린 큐브'다. 이 큐브는 도자기로 정육각형 모양 모서리를 만든 것으로, 높이 1.2m, 무게 100㎏에 달한다. 약 30만유로(약 4억 4600만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훼손된 작품은 천으로 덮어 치운 상태로 보관 중이다. 전시회 큐레이터인 아르투로 갈란시노는 "교체하더라도 원본의 가치를 회복할 수 없다"며 "전시 동안 작품의 자리를 비워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망가진 작품은 실물 크기의 인쇄물과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패널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어 작품을 훼손한 남성에 대해서는 "무모하고 무분별한 행동"이라며 "'포르셀린 큐브'에 대한 남성의 파괴 행위는 이번 전시회의 여러 작품이 '파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남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예술 작품을 공격해 미술계에서 악명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알몸으로 동상 작품 위에 올라가 체포됐고, 2018년에는 다른 작품을 훼손한 뒤 "내 예술을 위해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란시노는 "예술가, 작품, 기념물, 기관을 훼손해 관심을 끄려는 상습적인 문제아"라고 말했다.
남성은 현장에서 경비원들에게 제지된 후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무단으로 전시회장에 들어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그가 어떻게 비공개 행사에 접근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아이웨이웨이는 지난 2011년 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 잡지 '아트리뷰'의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중 1위에 선정된 현대미술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중국 정부의 억압에 맞서다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989년 6·4항쟁이 벌어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1995년 몰래 촬영한 가운뎃손가락 사진이 유명하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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