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받거나 형량을 줄인 수감자 출신 러시아 병사들이 전쟁터에서 귀국한 뒤, 각종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유엔 특별보고관이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에 따르면 마리아나 카차로바 특별보고관은 전날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범죄자 17만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고 참전 후 귀국한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폭력과 성폭력, 살인 등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현지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사면이나 감형을 조건으로 한 수감자 용병 모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 시작됐고 초기에는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이 주도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수형자가 국방부와 입대 계약을 맺으면 당국이 그를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의회를 통과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복무 후 귀국한 전과자들의 재범은 새로운 추세로 특히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처벌 규정이 엉성한 러시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용병 출신자들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살인 전과자가 우크라이나 참전 후 러시아에서 동일 범죄를 또 저질렀지만 다시 죄수병 모집 절차를 통해 중형을 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살인죄로 징역 14년형을 복역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죄수병이 군 복무를 마친 뒤인 지난 4월 러시아에서 또 살인을 저질러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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