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퇴임을 앞둔 이종석(63·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63·22기)·김기영(56·22기) 헌법재판관의 후임 재판관 인선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헌재 업무에 공백이 생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법률로 임기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국 경색에 국회 몫 재판관 인선 난항
다음달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은 2018년 당시 각각 원내교섭단체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선출됐다. 이들의 후임도 국회 선출 몫이다.
여야는 국회 몫 재판관 3명의 선출 방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여야가 각각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반면 거대 야당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라 재판관 2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을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쪽이다.
여야 입장차가 팽팽한 상황에서 지난 19일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이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정국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재판관 인선 지연이 당?분간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인선이 늦어져 재판부에 공백이 생길 경우 평의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헌재 재판부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 정치력 발휘 지혜롭게 합의를”
국회 몫 후보자 추천을 두고 여야가 이처럼 합의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규정 공백’이 있다. 재판관 임명 절차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1항은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경우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한다’고 정할 뿐, 여야 몫의 재판관 선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국회는 여야가 각각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선 협의에 따라 재판관을 선출해 왔다. 1994년 2기 재판부가 구성될 때에는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의석 수가 야당 민주당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아 민자당이 2명을, 민주당이 1명을 추천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김진한(56·29기) 변호사는 “국회 몫 재판관의 정당별 인선은 법의 문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석수에 대한 존중을, 민주당에선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원내교섭단체가 두 당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실질적 추천 권한을 행사하되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지혜로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소장 임기 논의도 뒷전
재판관 인선을 두고 정쟁이 벌어지며 헌재 사무를 총괄하는 재판소장의 임기 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10월 재판관으로 임명된 뒤 지난해 11월 헌재소장에 임명된 이종석 소?장은 다음달 17일 6년 재판관 임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11개월 간의 소장 임기도 종료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헌법상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를 이끄는 ‘장(長)’의 임기 치고는 지나치게 짧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는 현직 헌법재판관 중 신임 소장을 임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되풀이됐다. 이종석 소장처럼 재판관 임기를 수행하던 중에 소장으로 취임하는 경우, 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가 소장 임기가 되는지, 아니면 소장으로서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를 두고 헌법과 법률에 대한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장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할 뿐 명확한 임기 규정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김진한 변호사는 “헌재소장 임기는 짧을수록 정치적 외압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헌법, 법률상 규정이 불명확한 현 시스템에선 임명권자가 소장 임기를 사실상 결정해버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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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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