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보사 대비로는 2배 수준
자사주 매입→소각…누적 1.3조 규모
주가도 화답…8월 장중 9만원 돌파
2022년 '원메리츠' 전환과 함께 주주환원 서막을 연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우등생으로 우뚝 섰다.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평가지표로 정한 '총주주수익률(TSR)'은 58%로 국내 금융지주사 평균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20일 메리츠금융그룹이 최근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메리츠금융의 3개년 연평균 총주주수익률(TSR)은 58%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지주사(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평균인 17%의 3배에 해당한다. 국내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평균(26%) 대비로는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TSR이란 주가 수익률만이 아닌 배당소득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일정 기간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이다. 즉 메리츠금융에 투자한 주주들은 지난 3년 동안 투자원금 대비 연평균 58%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2023년 주주환원정책 시행 이후 꾸준히 상승한 누적 TSR은 올해 상반기 기준 91%로 작년 말 44%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은 TSR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지표(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투자수익률과 자사주 매입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을 비교해 자본배치 전략을 세운다. 2023~2025 회계연도 3개년간은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기로 결정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51.2%였고, 올해도 주주환원율 50% 이상을 목표로 한다.
자사주는 매입 후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이를 전량 소각해 자사주 소각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자사주는 단순 매입과 달리 소각까지 완료해야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자본금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끌어올린다. 미국 애플의 기업가치 제고 방식이기도 하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자사주 매입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8월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유동주식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지수 편입·편출 기준에 미달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에 "주주환원 정책의 효율성이 해외지수로 인한 수급 영향보다 우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행보에는 대주주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철학이 뒷받침돼 있다. 조 회장의 평소 신념도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다. 조 회장은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하면서 소유·경영을 분리했다. 2022년 11월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해 말 '제2회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경제부문 대상에 조 회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주가도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화답했다. 올해 1월 2일 시가 기준 5만8400원으로 출발한 메리츠금융의 주가는 지난 7월 4일 밸류업 공시를 기점으로 8만원대에 안착했다. 올 상반기 실적 발표와 밸류업 공시가 있었던 지난 8월 14일 이후엔 9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메리츠금융은 주주와 투자자와의 소통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 상장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밸류업 이행계획 공시를 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인 지난 14일(8월) 두 번째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및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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