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하이브 "원칙대로 대응해나갈 것"
뉴진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낼 듯
위약금 규모 얼마나…3000~5000억원 추산
그룹 뉴진스가 지난 11일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을 상대로 ‘25일까지 민희진 전 대표 복귀’를 요구한 가운데, 연예계 일각에서는 전속계약 해지 절차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와 ‘헤어질 결심’을 굳힐 경우, 현재 K팝 간판 걸그룹인 이들의 위상을 고려할 때 하이브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이재상 하이브 대표이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앞서 11일 뉴진스 멤버들이 요청한 내용에 대해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지, 해린, 다니엘, 하니, 혜인 등 뉴진스 멤버 5명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통보했다.
하이브가 사실상 민희진 복귀 요구를 거부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멤버들이 25일 이후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을 보고 있다. 뉴진스가 구체적으로 민 전 대표 복귀 시점을 25일로 언급한 것과 관련, 표준전속계약서상 상대가 계약 내용을 위반할 경우 14일간의 유예 기간을 정해 위반사항 시정을 먼저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어도어 사태’는 이후 ‘뉴진스 전속계약 분쟁’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 복귀 시점만 언급했을 뿐, 요구를 거부당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발언을 통해 어도어와 결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민지는 "이것이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방법"이라며 법적 분쟁 가능성을 암시했고, 해린도 "그 사람들(하이브와 어도어 새 경영진)이 속한 사회에 같이 순응하거나 동조하거나 따라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 회장님"이라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겨냥해 "비인간적인 회사"라는 직설적 비난을 쏟아낸 대목은 하이브와 현 어도어 경영진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멤버들은 민 전 대표를 평소 ‘엄마’라고 부르며 강한 유대감을 보여왔다. 이들에게 대체 불가능적 존재인 ‘민 전 대표가 아닌 어도어’와의 동행 거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월, 뉴진스 멤버들은 법원에 민 전 대표의 유임을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최근 한 대중음악 시상식에서는 "저희를 항상 아껴주시고 지켜주시는 민희진 대표님,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다"라며 공개적으로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업계에서는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소송전에 돌입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월드투어를 앞둔 뉴진스가 전속계약 분쟁에 휘말리게 될 경우 향후 앨범과 투어 등 모든 활동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현재 뉴진스가 계약 해지를 주장할 만큼의 어도어의 귀책 사유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뉴진스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예측하고 있다.
한편으론 뉴진스 멤버들이 계약서상 위약금을 내고 자유의 몸이 되는 방법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는 계약 해지 시기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에 잔여 계약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산출한다. 어도어는 2002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24개월간 약 1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6월 일본 도쿄돔에서 두 차례 열린 팬 미팅 관련 수익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뉴진스의 위약금 규모를 3000~5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관계를 마무리하고 독립해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한다면, 뉴진스와 어도어 간 계약 해지가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립 이전, 어도어에서 제작한 모든 지식재산권(IP)은 포기해야 한다.
하이브와 뉴진스, 양측 모두 어떤 선택을 하든 이번 사태로 인한 타격과 이로 인한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 전 대표의 복귀가 사실상 불발된 상황에서 뉴진스가 어도어 잔류를 결정해도 이미 경영진과 갈등과 불신이 깊어진 상황에서 향후 원만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가 또한 요동치고 있다. 뉴진스와의 결별 가능성이 거론되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900원(2.82%) 내린 1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낙폭을 키우며 한때 6% 넘게 급락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 관련 누적된 시장의 피로도와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뉴진스 관련 이슈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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