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장씨 가문 75년 동업 붕괴
최대 2조원 공개매수로 지분 과반 확보 계획
75년 동업 체제가 무너진 고려아연 주가가 21% 급등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최대 주주에 오른데 이어 최대 2조원의 공개 매수를 추진하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9시5분 현재 전장 대비 21.58%(12만원) 오른 67만6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52주 신고가다. 또한 장 초반 최고 69만원을 찍으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었던 2022년 11월의 68만5000원을 잠깐 넘어서기도 했다.
전날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 주주 영풍 및 장씨 일가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다. 이 계약으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지분 일부에 대해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부여받으며, 이를 통해 영풍 및 장씨 일가의 지분보다 1주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영풍과 장씨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의 지분은 총 33.13%다. 고려아연측(33.99%)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해왔다. ‘영풍은 장씨, 고려아연은 최씨가 맡는다’는 동업정신은 올해까지 75년을 이어왔다. 그러나 3세 체제 때부터 이런 동맹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고, 2017~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양 가문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싸움을 벌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13일 영풍과 함께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공고했다.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고려아연 지분의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다.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66만원이다. 전날 종가(55만6000원)에 18.7%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최대 2조원 규모다. 공개매수가 계획대로 완료된다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분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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