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저출산 문제 국가가 해결해줘야”
헝가리 첫 여성 대통령이자 초저출생 극복 정책을 성공시킨 노박 커털린 전 헝가리 대통령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법으로 신혼부부 주택자금 지원 등을 조언했다.
커털린 전 대통령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약자동행특별위원회(위원장 김미애 의원), 2040 순풍포럼, 한·헝가리 친선협회가 주최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경험 공유’ 특강에 참석해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인구소멸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국가가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1.23명으로 역대 최저치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저출산국으로 불렸다. 그러다 신혼부부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해주고 출산 시 이자·원금을 감면하는 등 과감한 결혼 장려·출산 정책을 도입하면서 2022년 출산율을 1.52명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커털린 전 대통령은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가족 정책에 대한 재정 자원을 두 배 이상 증가시켜 국내총생산(GDP)의 6.2%를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정책 조치들은 구체적으로 임신 13주 차부터 자격이 주어진다”며 “가족 세제 혜택, 출산 예정자 보조금, 30세 미만 어머니의 세금 면제, 가족 주택 보조금, 학자금 대출 면제 등이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헝가리의 출산율은 2010년 1.25명에서 2022년 1.52명으로 높아졌다. 2022년 결혼 건수는 6만4000건 이상으로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혼율은 낮아졌고, 낙태율은 2021년 2만1800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커털린 전 대통령은 “남편과 함께 3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일을 하는 커리어우먼으로 살아왔다”면서 “아이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자녀를 출산하거나 양육하는 일 대신 커리어를 더 쌓기를 원하고 휴일을 잘 보내거나 더 좋은 집, 차를 갖고 싶어할 뿐 가족을 이루는 것에 삶의 목표를 두지 않고 살아간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를 양육하는 건 힘든 일이다. 항상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고 병간호를 해야 하면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이혼하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궁핍해질 수 있기 때문에 왜 아이를 갖지 않고자 하는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부부들이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하면 아예 낳지 않거나 한명만 낳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며 “젊은 부부들에게 사교육을 잘 커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강에 커털린 전 대통령을 초청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세계에서는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왔는데 특히 헝가리는 파격적인 출산 지원 정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며 “헝가리의 정책이 객관적으로 출생률 제고에 기여한 바가 있으므로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약자동행특별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은 이번 특강을 통해 저출생 대응 정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저출생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날 특강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 여당 중진들도 참석했다. 나 의원은 인사말에서 “저출생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돈 없이는 해결되지도 않는다”면서 “생애 주기에 따른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일찌감치 헝가리식 저출생 정책 모델 도입을 주장해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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