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문화유산으로서 법적 지위 부여받아
역사적 공간으로 재현한 점도 높은 점수 받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미국 국가사적지로 등재됐다. 국가유산청은 미국 내무부 소속인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전했다. 공식 지정 명칭은 ‘옛 대한제국공사관(Old Korean Legation)’이다.
미국 국가사적지는 미국 국가사적보존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 of 1966)에 따라 등재되는 지구, 건물, 구조물, 사물이다. 역사적 중요성이나 예술적 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주미공사관은 지난달 22일 국립공원관리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미국 연방 문화유산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았다. 워싱턴 DC에 설치된 한미외교 현장으로, 미국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소라는 점이 핵심 가치로 인정됐다. 복원 및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역사적 공간으로 재현된 점도 등재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이룬 성과다. 지난 3월 주미공사관이 있는 워싱턴 DC 당국에 미국 국가사적지 등재를 신청했다. 이를 검토한 워싱턴 DC 역사보존위원회는 미국 국가사적지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미국 내 소수민족 구성원과 관련한 독특한 역사 공간으로, 해석·보존 측면에서 탁월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면서 "특히 건물 원형을 보존한 채로 전시 공간을 단장해 역사적 공간으로 재현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미공사관은 1877년에 건립됐다. 대한제국은 1888년 공관원들을 파견해 이듬해 2월 건물 내 상주공관을 설치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길 때까지 16년 동안 대한제국 공사관으로 사용했다. 일제는 건물을 강제 매입하고 1910년 미국인에게 매도했다.
국가유산청은 트럭 화물 운수노조 사무소, 미국 흑인 여성협회 사무소 등으로 쓰인 건물을 2012년 사들였다. 자료 조사와 복원, 리모델링 공사 등을 거쳐 2018년 역사전시관으로 개관했다. 1층과 2층은 국내외에서 발굴한 역사 문헌과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한 복원·재현 공간, 3층은 한미관계사 등을 전시패널과 영상자료로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조성했다. 주 6일 영어와 한국어 안내 해설사를 배치하고 관람객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국가사적지로 등재된 건물에는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보호·보존과 관련해 미국유산보호기금(Save America’s Treasures)도 지원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 주도의 민관협력 기금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 예술작품, 출판물 등의 보호와 보존을 목적으로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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