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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월드+]흔들리는 독일 제조업, 한국의 미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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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창립후 첫 공장 폐쇄
2만5000명 감원 극단적 조치
중국시장 점유율 급속 하락에
과잉인력에 따른 경쟁력 약화
정부 지원 중단 전기차도 난항
노조 반발에 감원도 쉽지 않아
EU 구심력 상실 불안감 확산

[최준영의 월드+]흔들리는 독일 제조업, 한국의 미래일 수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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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이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독일의 산업생산은 6월 대비 2.4% 감소했다. 당초 예상보다 더 악화한 수치였다. 이미 독일 경제는 2분기에 0.1% 마이너스 성장을 한 상태에서 7월에도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독일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들은 2024년 경제성장률을 당초 0.4%에서 ?0.1~0%로 하향 수정하였으며, 2025년에도 당초 예상되었던 1.5%에 비해 낮은 0.9%에 머물 것으로 예상을 변경하였다.


독일 경제의 하락에는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의 경우 1200명 감축을 발표했고, 변속기 업체인 ZF는 향후 6년에 걸쳐 1만2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2020~23년 사이에 직원 20명 이상의 자동차 산업 1차 공급업체 숫자가 700개에서 615개로 줄어들면서 3만명 이상의 자동차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 전체 부가가치의 4%를 차지하며, 연관 분야까지 합할 경우 8%에 이르는 독일 경제의 핵심적인 분야인데 이러한 분야가 침체에 빠지면서 독일 전체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연간 1123만대를 생산하는 일본의 도요타이며, 그다음은 연간 924만대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이다. 두 회사의 고용인원을 비교해보면 도요타가 38만 명, 폭스바겐이 68만 명으로 폭스바겐이 훨씬 많다. 1인당 차량 생산 대수로 비교해보면 29.5대 13.5대로 폭스바겐이 도요타의 절반 이하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바겐은 과연 이익을 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에 대해 지난 9월 2일 폭스바겐은 2개 공장 폐쇄 및 최대 2만5000명 인력감축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공장 폐쇄를 추진한다는 폭스바겐의 발표는 큰 충격을 가져왔다. 폭스바겐은 지난 2023년 6월 2026년까지 100억 유로의 비용을 감축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인력을 감축함으로써 비용을 낮춰 운영마진을 6.5%로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이 계획은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결국 공장 폐쇄와 인력감축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측의 발표에 대해 노조는 당연히 극렬하게 반발했다. 9월 4일 개최된 협의회에서는 1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경영진을 비난하는 야유와 구호를 외치면서 20분 넘게 대화가 시작되지 못하였다.


[최준영의 월드+]흔들리는 독일 제조업, 한국의 미래일 수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폭스바겐의 극단적 조치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축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볼 대 13% 이상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 전체적으로 250만대 이상 판매량이 줄어든 상태이며, 폭스바겐의 경우 50만대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50만대는 이번에 발표한 2개 공장의 연간 생산량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유럽시장의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에 대해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수익으로 이를 상쇄하면서 버텨왔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자국산 전기자동차로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폭스바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더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몇 달 전부터 교대근무를 중단하고 임시직 수백 명을 해고하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현재 폭스바겐의 CEO인 올리버 블루메는 취임 이후 전기차로의 전환을 지속해서 추진했다. 블루메 취임 이전부터 진행되던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환은 난항을 겪어왔다. 레벨4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전기차 소프트웨어 카리아드 개발은 당초 목표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어졌고 이에 따라 관련 차종의 출시도 모두 연기된 상태이다. 블루메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 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선택했다. 올해 1월에는 중국 전기차업체인 샤오펑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에 5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였다는 점이었다. 독일 전기차 시장은 올해 8월까지 36만대 판매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20%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이 소유하고 있는 독일 내 배터리 공장 역시 당초 계획했던 2개 라인 가운데 1개 라인만 완공하여 가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독일 정부가 작년 12월부터 예산 부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2016년 이후 대당 425~63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는데 7년 만에 중단되면서 판매가 급감한 것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이 인력감축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지만 사실 폭스바겐의 과잉인력 보유에 따른 비용증가와 경쟁력 약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전임 CEO였던 디에스 역시 3만 명의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인해 사퇴한 바 있다. 폭스바겐 노조는 인원 감축에 대해 경영진의 전략 실패에 대해 왜 노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에 집중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요타와 스텔란티스 등은 전기차 이외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데 비해 폭스바겐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2022년에만 연구개발 비용으로 160억 유로의 비용을 지출하였지만 잘못된 시장예측에 따라 전기차,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어디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폭스바겐의 인원감축 발표는 독일 전체를 흔들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1994년 일자리보장협정을 체결하여 2029년까지 인위적인 인원감축이 없을 것임을 약속했는데 이를 무효화해서라도 인원감축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독특한 소유구조는 인원감축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1960년대 제정된 폭스바겐법은 주요 결정에 대해 80%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여지도록 하고 있는데 폭스바겐이 위치한 니더작센주가 2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진의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니더작센주의 평소 입장을 고려해보면 사측이 추진하고 있는 인원감축이 단기간 내에 가시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독일은 1990년대 통일 독일 이후 통일 비용 부담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노동시장 개혁과 동유럽으로의 사업장 이전을 통한 비용절감을 통해 부활하였으며,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에너지 비용의 상승, 노동력 부족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다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으며, 중국전기차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성장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에 더해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 독일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과 더불어 유럽연합(EU)을 이끌어오는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이 더해지면서 유럽연합이 구심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어려움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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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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