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원식 불참, 1987년 이후 처음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1987년 제6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과 관련해 "특검법과 탄핵안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여야 대표 회담을 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협치의 기회를 살피겠다는 판단이다.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세부적 과제를 놓고 대립 가능성이 큰 데다 핵심 쟁점 현안에 대한 대통령실과 야권의 견해차가 커 화해 제스처를 취하기에는 이르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살인자’ 발언에 대해 전혀 사과하지 않고,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각종 청문회와 쟁점 법안 강행 처리로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국장급 간부 사망에 관해 "김건희·윤석열이 죽인 것이다. 살인자"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대통령실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전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개원식을 대하는 야권의 태도에 대해 일부 불만도 감지된다.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면 개원식이 최우선 순위며, 늑장 개원식이 진행되는 만큼 주요 귀빈인 대통령 초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상 개원식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며 협치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국회의 역할을 당부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국회는 윤 대통령을 불러서 피켓 시위하고 망신주기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5일 개원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채 상병 특검법 처리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개원식이 연기됐다. 이후 우 의장이 2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겸한 국회 개원식을 열겠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2개월 전과 국회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겉으로만 소통 행보를 보이는 투 트랙 전략을 이어가면서 진정한 협치 행보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소통과 협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서 현실적으로 야권의 협조가 절실한 윤 대통령은 여당 대표에 힘을 실어 주고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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