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현판 모각해서 새로 제작
단청 퇴색, 박리·박락 등 노후화 고려
경복궁 흥복전 권역에 새 현판이 걸린다. 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유산분과는 최근 회의에서 흥복전 권역 현판 네 점을 제작·설치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일제 강점기에 철거된 흥복전은 2018년 동행각, 서행각, 북행각 등과 함께 복원됐으나 아직 단청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애초 단청 작업을 하면서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현판 아홉 점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네 점을 보존 처리해 다시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물 상태를 고려해 옛 현판을 모각(模刻·이미 있는 조각 작품을 보고 그대로 본떠 새김)해서 새로 만드는 현판을 걸기로 방침을 바꿨다. 2005년 말 복원된 태원전 권역의 현판처럼 단청이 퇴색되고, 박리·박락 등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1868년에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광순문(光順門)', '태지당(泰祉堂)', '적경문(積慶門)', '옥화문(玉華門)' 등 현판 네 점은 원본을 본떠 새로 만들어진다. 연내 흥복전 권역의 단청 복원 설계 용역이 완료돼 내년에 공사를 시작하면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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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복전은 임금이 외국 사신을 만나던 전각이다. 고종 대에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교태전과 함화당 사이에 건립됐다. 고종 연간에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온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헌종의 어머니이자 흥선대원군의 아들을 양자로 삼아 왕위에 오르게 했던 신정왕후 조씨가 1890년 승하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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