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사태 이후 개발된 국내 무위험지표금리
기존 준거금리인 CD금리 한계 탈피하려 개발
"이자부담 경감·통화정책 실효성 커질 것"
"한은과 금융위는 KOFR 중심의 지표금리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등이 파생 및 현물상품에서의 준거금리로 KOFR를 활용할 것으로 적극 권고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 위한 주요과제 및 향후 추진방향'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28일 공동 컨퍼런스를 열고 대출과 각종 금융 파생상품의 지표금리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대신 코파(KOFR, 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간 지표금리로 활용됐던 CD 금리는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호가에 따라 산정돼 담합이나 조작 가능성이 있단 지적이 있었다. 반면 KOFR는 실거래에 기반해 산출하기 때문에 조작이나 담합이 어렵고,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장금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이점이 있다.
KOFR는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활용해 산출한 우리나라의 무위험지표금리(RFR, Risk-Free Reference Rate)다. 국채는 국고채를 의미하고, 통안증권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통화량)이 많거나 적을 때 이를 조절하기 위해 한은이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RP란 증권사나 은행이 이러한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익일물은 하루짜리 금리, 즉 '오늘 빌려 내일 갚는' 물건을 의미하는데 담보가 확실하고 통상 하루 만에 금리의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KOFR는 RP 거래 금리 중에서도 국채,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고 익일물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무위험금리'라고 칭한다. KOFR가 지표금리로 활용될 경우 은행은 KOFR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각종 금융상품을 만들게 된다.
2012년 리보 사태 이후 무위험지표금리 도입 시작
무위험지표금리는 지난 2012년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리보금리는 영국 런던 은행 간 금리로 과거 국제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준거 금리로 '기준금리의 기준금리'로 활용됐다. 하지만 당시 일부 대형 은행들이 호가를 바탕으로 선정되는 리보 금리의 허점을 이용해 대출금리 산정 기준일에 일부러 높은 호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조작, 담합한 것이 드러나면서 신용을 잃게 됐다.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리보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금리로 무위험지표금리(RFR)를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영국·스위스 등 국가는 RFR을 이자율 파생거래의 90% 이상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2021년 2월 국내 무위험지표금리로 KOFR를 선정해 산출·공표해오고 있다. 그러나 KOFR가 지표금리로 정착되지 못하고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CD금리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CD금리는 지표금리로서 많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단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그간의 여러 제도 개선에도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아 실제 자금의 수급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물 CD(80~100일물) 발행이 전혀 없는 날도 많아 개별 금융기관이 스스로 판단해 금리를 산출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또 CD금리는 금리 하락기에 다른 시장금리 하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시장 불안 시에는 신용 위험이 부각되면서 지나치게 많이 오른다. 이는 금융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해외투자자들 또한 CD금리를 지표금리로 사용하는 관행이 글로벌 금융거래의 표준에 맞지 않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KOFR 지표금리로 정착 시 금융소비자 편익↑ 통화정책 유효성 ↑
이에 따라 한은과 금융위는 지표금리를 KOFR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3월 유관기관·시장참가자가 함께하는 민간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지표금리로의 전환을 위해 3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먼저 ▲KOFR 확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조성하고 ▲금융위·금감원·한은 주도의 기간별 KOFR 활용 목표치를 제시해 점유율을 확대 ▲CD금리를 중요지표에서 해제해 지표금리 개혁을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KOFR가 지표금리로 정착될 경우 금리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의 경우, 각 은행이 출시한 KOFR 대출상품 간의 가산금리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의 효용이 한층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또 KOFR 대출상품이 출시되면 COFIX, 은행채 등 여타 금리와 연계된 대출상품과도 비교할 수 있어 소비자가 본인에게 유리한 금리를 직접 가늠하는 등 금리 선택권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KOFR 산출을 시작한 이후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 평균은 0.9bp, 표준편차는 12.8인 반면, 같은 기간 CD금리의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 평균은 28.1bp, 표준편차는 22.7인 것으로 나타났다. KOFR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시작되는 초단기시장에서 결정되는 익일물 RP 금리이기 때문에 CD금리와 달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KOFR 금리의 확산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속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실천의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금융권이 뜻을 모아 시장에 새로운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KOFR로의 전환은 통화정책 유효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한은 또한 3개월 정도의 포워드가이던스를 1년 단위로 길게 하고, 적격담보 대상을 늘려 담보 관리를 해 파생상품 시장의 팽창을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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