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졌다며 지적장애 10대 바다에 빠트려 숨지게 한 20대

피해자 거부했는데도 바다로 밀어
광주지법, 폭행치사 징역 4년 선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 10대 지적장애인을 바다에 빠트려 숨지게 한 10~20대 3명에 대해 법원이 살인죄 대신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2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1부(이지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또 A씨와 함께 기소된 고등학생 B군(16)은 공동폭행 혐의, 중학생 C양(14)은 공동폭행 방조 등 혐의를 각각 인정해 광주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 결정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사진출처=연합뉴스]

A씨와 B군은 지난 2월1일 전남 목포시 북항 선착장 부잔교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 D군(18)을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D군은 장애인 특수학교 학생이었다. 이들은 D군에게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 지는 사람이 바다에 입수하자고 제안했다. A씨 등은 D군이 가위·바위·보를 내는 특정한 패턴을 파악해 게임에서 이겼다. A씨 등은 수영을 못하는 D군을 강제로 바다 쪽으로 밀치며 입수를 강요했다. 결국 D군은 깊이 4m의 바다에 빠져 숨졌고, C양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범행을 방조한 혐의가 적용됐다.

해경은 A씨 등을 중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CC(폐쇄회로)TV 등을 추가로 분석해 이들이 D군을 고의로 바다에 빠트렸다고 보고 살인죄 등으로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피해자가 수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D군을 괴롭힌 정황이 없고, 사건 당일에도 서로 장난치다 피해자가 물에 빠진 것이라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피해자를 위험한 장소에 빠트려 숨지게 했다"며 "피해자의 지적 장애 정도가 심했고 결국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를 볼 때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다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기에 지적장애가 심한 피해자를 위험한 장소인 바다에 빠트려 숨지게 한 폭행치사 등 혐의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