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쟁점 현안 등은 처리에 시간이 소요될 듯
민생법안 처리에 있어서 여야간 공감대 커져
여야 간 민생 관련 입법에 물꼬가 트이고 있다. 22대 들어 석 달 가까이 합의 처리 법안이 없을 정도로 꽉 막혔던 국회에서 민생 법안 처리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만 여야 간 쟁점 법안들이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견조율을 거치는 등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회는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어 법안처리에 나섰다. 이 가운데는 전세사기 관련 대응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등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인데, 이번 국회에서 여야 간 타협을 거쳐 합의점을 도출했다. 여야 간 첨예한 이견을 보였던 사안을 두고서 절충점을 모색한 것은 22대 국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가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전세사기특별법은 경매 차익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거나 공공임대주택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세임대 방식으로 민간주택에 거주하는 방식도 가능하며 경매차익을 받고 즉시 퇴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야당은 그동안 선 구제·후 회수 방식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안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정부·여당 안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국토위에서는 택시월급제 도입을 2년 유예하는 택시법(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 등도 처리된다. 산업위에서도 10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이 가운데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도 포함됐다. 이 법은 중소기업 등이 대기업 기술탈취 등을 막기 위해 금지 청구권 등을 신설해 보호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외에도 국회는 복지위(22일, 23일) 등이 법안심사 일정을 잡는 등 상임위별로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합의처리된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그동안 국회 과반의석을 점한 야당의 일방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의 수순을 밟으며 정치권의 피로감이 커진 것 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월 임시회에서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산업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은 김원이 의원은 "어제 소위를 열었는데 분위기가 좋았다"며 "민생이나 산업 발전을 위해 여야가 따로 없다. 앞으로 소위를 더 자주 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관심사는 여야 간 처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얼마나 더 속도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는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금지하는 민법(일명 구하라법). 진료지원 간호사 법제화에 관한 간호법,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장법, 전력망 확충을 지원하는 국가기간전력확충망법 등을 시급한 법안으로 소개하며,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만나 쟁점이 없는 법안과 상임위별 심사를 독려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실질적인 법안 논의 창구인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라도 다뤄진 법은 간호법 정도이고 구하라법이나, 정부조직법, 고준위방폐장법, 전력망확충법 등은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국회 상임위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 간에 민생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자는 일종의 교감은 이뤄졌다"면서도 "여야 간 주요 현안을 처리할 때에는 서로의 이견을 조정하고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데, 아직은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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