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독립축제, 초등생 참여 물총쏘기 행사
논란 일자 순사 대신 '박 쏘기'로 대체
광복절을 기념해 서울 서대문구가 일본 순사복 차림의 행사 진행요원에게 물총을 쏘는 행사를 기획했다가 반일 조장 논란이 일자 결국 취소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13일부터 3일간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2024 서대문 독립축제'를 진행했다. 2010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이 축제는 광복의 기쁨을 나누고 독립의 가치를 공유하는 취지로 이뤄진다. 당초 행사 프로그램 중에는 '독립군 전투체험'이 포함돼 있었다. 이 체험은 14일과 15일 여옥사 부속창고 앞 광장에서 사전 예약을 한 초등학교 1학년 이상 어린이 60명이 일본 순사를 겨냥해 물총을 쏘는 것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었다. 행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사전 예약 당일에 신청이 마감됐다. 순사 역할을 할 진행요원으로는 아르바이트생 10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행사 내용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무더위도 날리며 역사 교육도 하는 참신한 기획"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있었던 반면 "아이들에게 반일 조장이나 증오심과 적개심만 품게 해 교육적으로 부적절하다" ,"과거 악랄했던 일본 순사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대상으로 보인다", "북한 어린이들이 미군 모형을 장난감 총으로 겨누는 것과 뭐가 다르냐" 등의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결국 서대문구는 14일 해당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프로그램은 순사 투입 없이 어린이들이 물총을 쏴 박을 터뜨리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지난해에는 일본 순사 복장을 한 안전 요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한 뒤 물총으로 박을 터뜨렸다. 또 지난해에는 일본 순사 복장을 한 안전 요원들이 소품으로 모형 총·칼 등을 찼으나, 올해는 순사복만 입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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