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국관광공사 86개 축제데이터 분석
화천산천어축제, 관광소비 축제 효과 1등
정선아리랑제는 축제 기간에 소비가 줄어
축제 기간 방문객, 진도 늘고 제주 줄고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가 1000여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축제의 경제, 사회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축제를 열면 지역에 방문객이 늘면서 관광 소비가 늘어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지만 모든 축제들이 이런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다. 일부 축제의 경우에는 방문객이 오히려 줄어 소비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발견됐다.
아시아경제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지정된 문화관광축제 시범 평가 대상 86개 축제 데이터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서 확인해 축제 기간과 비축제(축제 전·후 4주) 기간의 축제 개최 지역의 관광 소비와 방문객 변화를 살펴봤다.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2023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도 참고했다.
그 결과 지난해 진행된 총 86개 축제 중 20개가 개최된 지역에서 관광 소비가 축제 기간에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추가로 10개는 축제 전후로 관광 소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산을 투입해 축제를 열었으나 소비를 통한 지역 경제 창출 효과는 그다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축제를 개최했을 때 오히려 그 지역에 외부 방문자가 줄어드는 축제가 3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 기간에 관광 소비 '뚝' 떨어진 곳은 어디?
지난해 86개 축제의 관광 소비액을 살펴보니 축제 기간에 비축제 기간보다 소비액이 1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86개 축제의 신용카드 관광 소비액은 3349억원이었으며 축제당 일평균을 계산하면 8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외지인과 외국인이 축제 지역에서 만든 소비의 60%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식음료업이 57.1%로 가장 높았고 쇼핑업 32.9%, 여가서비스업 5.2%, 숙박업 3.1% 순이었다. 축제에서 먹고 마시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는 의미다.
개별 축제 별로 살펴보니 축제 개최 여부에 따라 관광 소비가 가장 많이 늘어난 축제는 화천산천어축제(지난해 1월 7~29일)였다. 축제가 열린 화천군 화천읍의 관광 소비 규모가 1년 중 최대로 발생한 날을 100이라고 기준을 세웠을 때 축제 기간 평균 소비 수준은 74로, 비축제 기간(40)보다 34나 높았다. 축제 기간 중 화천읍의 하루 평균 관광 소비액이 576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축제 기간에는 3000만원대 선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표 겨울 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는 코로나19로 조기 폐막한 2020년을 제외하면 2006년부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축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3년 만에 개최됐다. 방문객 규모만큼이나 화천의 먹거리장터를 비롯해 인근 식당 등에서 소비가 비축제 기간에 비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화천산천어축제 중 외지인의 하루 평균 관광 소비액은 4085만원, 현지인은 1677만원으로 전체 관광 소비액의 외지인 비중이 70%를 넘겼다. 특히 외지인의 업종별 소비액을 보면 식음료의 비중이 82%나 된다.
이와는 정반대로 비축제 기간보다 축제 기간에 지역 관광 소비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축제가 바로 정선아리랑제였다. 축제가 열린 정선군 정선읍의 1년 중 최대 관광 소비가 발생한 날을 100이라고 볼 때 축제 기간의 관광 소비는 43으로, 비축제 기간(57)보다 14나 낮았다. 정선아리랑제 진행 기간 중이던 지난해 9월 14~17일 하루 평균 정선읍의 관광 소비액은 1억2028만원이었다. 전체 금액으로는 화천산천어축제보다 컸으나, 축제가 지역 소비를 비축제 기간보다 확대하는 데는 실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축제 전후 방문자 가장 많이 늘어나는 축제는?
관광 소비만큼이나 방문자 규모도 축제 기간과 비축제 기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86개 축제 전체 방문객 규모를 보면 비축제 기간보다 축제 기간에 39.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86개 축제 방문자 수는 1738만명이며, 국내 외지인과 외국인의 비중은 50.2%로 현지인(49.8%)을 살짝 웃돌았다.
개별 축제 별로 축제 기간 중 외부 방문자 수 유입 차이를 살펴보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축제는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지난해 4월 20~22일)였다. 축제가 진행되는 진도군 고군면의 1년 중 최대 외부 방문객이 있는 날을 100으로 볼 때 축제 중 유입이 90이라면 비축제 중에는 18 정도로 뚝 떨어져 큰 격차를 보였다. 음력 2월 그믐날 진도와 모도 사이의 바닷길이 드러나는 현상을 기념하는 이 축제는 하루 평균 1만명가량의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1년에 며칠만 허락되는 신비의 바닷길을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축제 때에 맞춰 외부 관광객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 방문자가 축제 기간 중 오히려 줄어드는 축제는 강릉커피축제(지난해 10월 12일~15일),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지난해 5월 5일~7일), 제주들불축제(지난해 3월 9일~12일) 등이다. 비축제 기간과 축제 기간 간 외부 방문자 격차가 가장 큰 제주들불축제의 경우 축제가 열린 제주시 애월읍에 평소 관광객이 많아 축제 기간에 특별히 방문자가 늘어난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애월읍의 1년 중 최대 외부 방문객이 있는 날을 100으로 볼 때 축제 중 유입이 67이라면 비축제 중에는 72로 오히려 올라갔다.
축제는 외부 방문자를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에 따라 축제를 하게 되면 현지인 방문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10월 5일부터 닷새간 진행한 김제지평선축제는 86개 축제 중 축제 기간에 현지인 방문자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축제였다. 김제시 부량면의 1년 중 최대 현지인 방문자가 있는 날을 100이라고 볼 때 축제 중 유입이 91로 비축제 기간(9)의 10배를 웃돌았다.
다만 일부 축제는 현지인이 축제 지역을 평소보다 덜 찾는 경우도 있었다. 평창송어축제를 비롯해 86개 중 7개 축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성백제문화제, 네차례 연속 관광 소비 1위였지만…
축제가 관광 소비나 방문객을 추가로 창출해내는 효과는 평소 그 지역의 관광 소비와 방문객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상적으로 관광 소비가 크고 방문객이 많은 지역은 축제 여부가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축제 기간 중 해당 지역의 하루 평균 관광 소비액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된 축제는 서울 송파구 오륜동에서 진행된 한성백제문화제(지난해 9월 22~24일)였다. 한성백제문화제는 2018년, 2019년, 2022년에 이어 네차례 연속 최대 소비액 기록을 세웠다. 한성백제문화제의 지난해 축제 기간 하루 평균 관광 소비액은 50억원을 넘겼다.
다만 한성백제문화제가 열린 오륜동의 관광 소비는 축제 기간과 비축제 기간의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측은 이 지표가 축제로 인해 발생한 소비액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열린 행정구역의 소비액을 집계한 방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열린 축제인 만큼 평소 소비 규모가 컸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일평균 소비액이 34억원을 넘기며 축제에 따른 관광 소비 규모 상위 3위를 기록한 제주들불축제도 마찬가지였다. 애월읍의 평소 소비액 규모가 커 비축제 기간의 관광 소비가 축제 기간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들불축제가 열린 애월읍은 축제 기간 중 외부 방문자 유입도 비축제 기간보다 적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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