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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티메프의 종착지, ‘K-커머스’는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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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티메프의 종착지, ‘K-커머스’는 안 돼야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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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10년 8월의 일이다.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사업에 복귀한다는 얘기가 업계에 퍼졌다. 소문은 사실이었고 사업의 실체는 당시 막 인기를 얻던 ‘소셜 커머스’였다. 10월 나무인터넷이 설립됐고 이곳에서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를 내놨다. 위메프의 시작이다. 소셜 커머스는 앞서 그해 5월 청년 창업가 신현성 대표가 미국 그루폰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와 ‘티켓몬스터’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개념이었다. 위메프와 티몬은 그렇게 2010년 나란히 ‘소셜 커머스’로 출발했다.


지금은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소셜 커머스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쇼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념을 활용한 일종의 공동구매였다. 매일 한두 가지의 상품을 올리면서 확보해야 할 목표 구매자 숫자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파격적인 할인을 적용하는 식이었다. 이 사업 모델로 티몬·위메프(티메프)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짧은 기간에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시작은 소셜 커머스였지만 이후 14년 동안 티몬과 위메프를 설명하는 말은 계속 바뀌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셜 커머스라는 외피를 일찌감치 벗으면서부터다. 살아남으려면 상품을 더 다양하게 갖춰야 했고 자연스레 오픈 마켓 형태의 사업 구조를 만들게 됐다. 티메프는 시간을 정해놓고 할인을 적용한다고 해서 ‘타임 커머스’라고 하기도 했고 볼거리와 연계해 소비자를 모은다며 ‘콘텐츠 커머스’를 전면에 내걸기도 했다. 상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다변화해 ‘라이브 커머스’를 표방하기도 했고 진열 전략에 따라 ‘브랜드 커머스’, ‘버티컬 커머스’로 불리기도 했다. 양사 모두 설립 이래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지만, 그렇게 여러 모습으로 근근이 커머스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지금 티메프는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어떤 커머스도 되지 못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돈을 떼이게 된 판매자들은 철수했고 신뢰를 거둔 소비자들은 발길을 끊었다. 티메프의 정산 구조를 생각하면, 플랫폼에서 다시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면 문제의 해결은 난망하다. 피해만 남기고 파산의 길로 가지 않는 이상, 각각 매각되더라도, 혹은 티메프를 합병해 새로 만들더라도 결국 소비자가 방문해 지갑을 여는 커머스 플랫폼의 기능을 다시 해야 한다. 그래야 정산이 이뤄질 수 있고, 문제 해결에도 이를 수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누구도 찾지 않을 문제가 터졌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시 누군가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은 지난 14년 동안 이번 판매 대금으로 지난 판매를 정산하며 위태하게 버텨온 티메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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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제 티메프는 어떤 커머스의 길을 걷게 될까. 구영배 큐텐 대표는 티메프를 합병해 피해 판매자를 주주로 참여시키는 가칭 ‘K-커머스’라는 통합 쇼핑몰을 제시했다. 신설 법인 KCCW도 설립했다. 뜯어 보면 판매자들이 미정산금을 돌려받기 위해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며 프로모션까지 해야 하는 구조다. 티메프가 다시 굴러가지 않으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피해를 볼모로 삼는 이런 발상을 낳았다. 티메프의 종착지가 어디이든 구영배의 ‘K-커머스’는 안 돼야 한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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