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아들 회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 제공"
삼표산업·에스피네이처
검찰 고발 116억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표그룹 승계 구도의 정점에 있는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부당 지원한 삼표산업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 또 삼표산업과 부당지원을 받은 에스피네이처에는 시정명령과 116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8일 공정위는 기업집단 삼표 소속 계열사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23조 1·2항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지원주체인 삼표산업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장기간 레미콘 제조원료인 분체를 고가에 매입해왔다.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년간 국내 분체시장 거래 물량의 7~11%에 이르는 규모를 공급받았다. 구입 단가는 에스피네이처가 비계열사에 판매할 때 보다 높은 단가를 책정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는 연 단위 분체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일정한 공급단가로 거래하되 연말에 에스피네이처의 비계열사에 대한 평균 공급단가와 비교해 차이가 4% 이상 발생할 경우 4%를 초과하는 금액을 정산하기로 했다"며 "연 단위 공급계약과 정산?공제조건은 실질적으로 삼표산업의 분체 구매단가를 유의미하게 인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에스피네이처가 얻은 이득이 74억9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도별로 나눠보면 에스피네이처 연간 전체 영업이익의 5.1~9.6%에 달하는 수준이다.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를 바탕으로 에스피네이처는 국내 분체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등 사업기반을 강화해왔다"고 봤다.
에스피네이처는 국내 분체 시장 1위 사업자다. 2022년 플라이애쉬 기준 에스피네이처의 시장 점유율은 25%로, 2~3위 사업자인 보령플라이애쉬시멘트산업(8%), 고려에프에이(7%) 등과 격차를 2~3배 이상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부당지원 행위가 그룹 승계 기반 마련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그룹 후계구도의 정점에 있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71.95%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에스피네이처를 그룹의 모회사로 만들기 위해 2013년 에스피네이처를 설립한 이후 다수 계열사들을 에스피네이처에 흡수합병시켰고, 그결과 에스피네이처의 외형은 불어났고, 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과실은 정 부회장에게 몰아줬다. 에스피네이처는 보유 자금을 바탕으로 삼표와 삼표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늘리는 한편, 정 부회장에게 배당금 명목으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311억원을 지급했다. 이는 이 기간 에스피네이처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전체 배당금(406억원)의 76%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은 동일인(총수) 2세로의 경영권 승계기반 마련 과정에서 기업집단 삼표의 대표회사가 동일인 2세 소유회사로부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제품을 구입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부당지원이 없었더라면 형성됐을 정상가격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경제분석을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연구센터와 협업해 정상가격과 부당지원금액을 산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표그룹은 2023년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자산규모 5조2810억원으로, 재계 순위 84위에 올라있다. 삼표산업을 주축으로 한 국내 시멘트·콘크리트 등 건자재 특화 기업집단으로, 에스피네이처, 삼표피앤씨, 삼표시멘트, 엔알씨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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