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신용도 하락 이후 줄곧 사모채 발행
실적·재무상황 악화에 공모채 발행 어려워
건설 지원·SSG닷컴 관련 잠재 불확실성도
이마트와 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사모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유통과 건설사업 부진이 겹친 탓에 실적과 재무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입금 만기가 속속 돌아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의 사모채 발행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신영증권을 주관사로 5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채권 만기는 7년으로 금리는 3.89%로 정해졌다. 신용등급이 AA-로 추락한 것을 고려하면 만기 및 금리 조건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국고채 금리가 장기 하향 추세를 보이면서 이마트에 대한 신용도 압박에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전했다.
조달한 자금은 만기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발행한 17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가 오는 11일 만기 도래한다. 부족한 금액은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1%대로 그동안의 시장금리 상승과 신용도 하락으로 이마트의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마트는 연초 신용도 하락 이후 줄곧 사모채로 자금을 확보해 왔다. 증권신고서와 수요예측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공모채 발행은 투자수요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대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월에 3500억원어치의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3월에 200억원, 5월에 110억원, 6월에 100억원 등 시장에 수요가 있을 때 소액으로 사모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룹 건설사인 신세계건설도 지난달 말 유진증권을 주관사로 2년 만기 350억원과 2년3개월 만기 15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의 상황을 고려하면 만기는 길지만 3개월 후부터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부 채권으로 실질 만기는 짧다. 금리는 각각 7.252%와 7.35%대로 실적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를 고려해 상당히 높게 결정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5월 65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영구채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3개 증권사가 모두 인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이마트가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자금보충 약정은 신세계건설이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상환 자금을 대신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신용공여다.
당분간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모채 발행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의 유통사업 실적과 재무상황도 점차 나빠지는 상황에서 신세계건설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전반적으로 신용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SG닷컴 관련 자금 유출 가능성도 이마트의 신용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와 BRV캐피탈이 투자한 SSG닷컴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돌려줘야 할 처지다. 신규 투자자(FI)를 물색했으나 현재 증권사와의 토털리턴스와프(TRS)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PEF 보유 지분을 대신 매입해 주고 향후 이마트와 증권사들이 손익을 정산하기로 하는 일종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건설 등의 경우 재무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보유 현금과 사모채와 기업어음(CP) 등으로 만기 차입금에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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