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제스처 보인 불가리아 선수
"여성 뜻하는 XX 염색체 표시로 보여"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선 린위팅(28·대만)이 동메달을 확보하자 경기에서 패한 불가리아 선수가 손가락으로 'X'를 표시하며 항의했다.
린위팅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7㎏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를 5-0(30-27 30-27 29-28 29-28 30-27) 판정승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 없이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이로 인해 린위팅은 시상대에 오르게 됐다.
이날 경기 후에도 링을 떠나지 않던 스테네바는 두 검지를 교차시켜 'X' 모양을 만들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스테네바는 이 행동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묻는 언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여성을 뜻하는 XX 염색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스테네바를 지도하는 보리슬라프 게오르기에프 코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난 린위팅의 출전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의료인은 아니다. 그러나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면,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인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 역시 준결승에 진출해 동메달을 확보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선수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칼리프, 린위팅가 정당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며 파리 대회 참가를 허용했다. 이에 두 선수를 둘러싼 성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며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며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린위팅은 이날 경기 후 "이번 대회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주변의 연락을 끊었다"라며 "모든 대만 국민이 내 뒤에서 나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