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kg급 16강전서 판정승
한국 여자복싱 간판 임애지(25·화순군청)가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임애지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 16강전에서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를 상대로 4-1(30-27 30-27 30-27 30-27 27-30)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 한 명만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브라질 선수의 손을 들어줬고, 다른 네 명의 심판은 경기 내내 임애지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고 판정했다. 여자 복싱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 선수가 승리를 거둔 건 임애지가 최초다.
앞서 함께 출전한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는 32강전에서 우스이(대만)에게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임애지가 16강의 벽을 넘으며 한국 복싱의 자존심을 지켰다.
임애지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오연지와 함께 처음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첫판에서 졌다. 파리올림픽에서도 남자 선수들이 한 장의 출전권도 따지 못한 가운데 두 선수가 함께 파리행 티켓을 따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오연지는 아쉽게 1회전에서 탈락했으나 임애지는 1회전 부전승 이후 16강에서 승리를 거뒀다.
대진 추첨에서 1라운드 부전승으로 통과한 임애지는 이날 2라운드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상대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와 거리를 두며 스텝을 활용해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을 펼쳐 포인트를 쌓았다. 경쾌한 스텝을 활용해 앞 손으로 포인트를 쌓는 장기를 살렸다. 승리가 선언되자 임애지는 두 손을 들고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임애지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가 잘하는 걸 하려고 노력했는데 조금 안 됐던 것 같아 아쉽지만, 이제부터 연습해서 보완하겠다"며 "올림픽은 올림픽이다. 누구를 만나도 쉽지 않다. 8강전까지 이틀 정도 남았으니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애지는 오는 2일 오전 4시 4분(한국시간) 8강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와 맞붙는다. 복싱은 준결승에만 진출해도 동메달을 확보한다. 따라서 8강전에서 승리한다면 임애지는 2012 런던올림픽 한순철(남자 라이트급 은메달) 이후 첫 복싱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최초 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왼쪽 어깨와 왼쪽 다리 부상에도 끈질기게 파리올림픽을 준비한 임애지는 침착하게 마무리한 이번 16강전처럼 8강전에 임할 예정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임애지는 3년 동안 준비한 무대에서 승리를 거두며 8강전 선전을 다짐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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