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이 컨테이너에 박히면서 생존
생명에 지장 없어…회복되면 조사 참여 예정
네팔 카트만두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조종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그는 조종석이 충돌한 컨테이너 사이에 끼여 목숨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날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서 추락한 항공기의 조종석이 컨테이너에 박힌 채 발견됐다는 바드리 판데이 네팔 문화·관광·민간항공 장관의 말을 전했다.
사우리아 항공사 여객기 봄바르디에 CRJ 200은 전날 오전 11시 11분 조종사 2명과 항공사 직원 17명을 태우고 카트만두에서 출발해 휴양 도시인 포카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뒤집혔다.
동체는 먼저 공항 가장자리에 있던 컨테이너와 충돌했고 이후 활주로 동쪽 협곡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의 다른 부분은 추락 이후 산산조각이 났지만, 기장 마니시 라트나 사키야는 추락 5분 만에 컨테이너에 조종석이 끼인 채로 발견돼 구조됐다.
발견 당시 호흡 곤란 상태였던 조종사는 머리와 얼굴 등에 부상을 입고 척추가 골절돼 수술을 받을 예정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조종사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현지 민간항공국 측은 “샤키아 기장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며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사고 원인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인디펜던트는 “전문가들은 비행기가 이륙을 시도할 때 고도를 올리지 못한 이륙 실패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족은 결함 있는 항공기를 운항한 회사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여객기는 포카라에 도착 후 정비를 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히말라야 산맥이 자리한 네팔에서는 험준한 산악 지형, 변덕스러운 날씨, 이·착륙이 까다로운 활주로, 항공기 노후화, 정비 불량 등의 이유로 항공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2000년 이후 네팔에서 비행기와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360명에 이르며, 지난해 1월에도 휴양도시 포카라에서 착륙을 앞둔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72명 전원이 숨진 바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네팔이 1950년대 항공 운항을 시작한 이래 105번째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