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탈북민, 만취 상태서 모친 살해
재판부 "범행 잔인…동기도 비난할 만해"
올해 설날 만취 상태로 자신의 모친을 살해하고 그 옆에서 잠까지 잔 30대 탈북민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김희수 부장판사)는 이날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 A씨(33)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A씨에게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단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A씨는 설 연휴 첫날이던 지난 2월9일 밤 경기 고양시 아파트 자택에서 50대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15세이던 2006년 부모와 함께 탈북해 20여년간 수도권 일대에서 거주해 왔다. A씨는 마땅한 직업이 없었으며, 그동안 그의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음주 사고를 일으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범행을 저지르기 약 한 달 전 출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 구치소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함께 베트남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고, 유일한 가족인 모친을 살해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베트남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이 지인에게 연락해 자신의 범행을 알리고 현장 사진도 전송했다. 이를 본 지인이 A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피해 복구에 이를 수 없어 엄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부모를 살해한 행위는 반인륜, 반사회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당시 홀몸으로 베트남으로 이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음에도 피고인은 자신이 외국으로 이주하는 데 모친인 피해자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 살해했다"면서 "범행동기가 비난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고 누범 기간인데 범행을 저질렀다"며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평가된 점, 미혼이고 형제가 없으며 부모가 모두 사망해 가족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패륜적이라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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