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9월 인하 후 추가 인하 전망
지난달 약 2년 만에 금리를 인하한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다"며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했다.
ECB는 1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25%,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3.75%, 연 4.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한국(기준금리 3.50%)의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 미국(기준금리 5.25~5.50%)과는 1.00~1.25%포인트로 각각 유지됐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국내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고 서비스 물가는 상승하고 있으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지수)은 내년에도 목표치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에 일시적 요인으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가 상승했지만, 6월에는 대부분 안정적이거나 하락세를 보였다"며 "새로 들어온 정보는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이전 회의의 평가를 대체로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ECB는 지난달 6일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그러나 당시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해 추가 금리 인하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발표된 유로존 6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여전히 목표치인 2.0%를 웃돈다. 특히 ECB가 주시하는 서비스 부문은 4.1% 올랐다. 다만 ECB는 서비스 부문에 대해선 "일회성 요인"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내년 하반기에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임금 성장, 기업 이익 마진, 생산성을 면밀히 조사해왔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 내에 이런 요소가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데이터가 현재 진행 중인 물가 하락 과정을 실제로 확인해준다면 예상대로 2025년 말 인플레이션 목표인 2%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리의 확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가르드 총재는 "오는 9월에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활짝 열려있다"며 "지금부터 9월까지 많은 데이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6월 금리 인하에 앞서 라가르드 총재가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말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주요 외신과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9월에 두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스테판 게를라흐 EFG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ECB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경제가 약화하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ECB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2월이나 1월에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요르그 크레이머 코메르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의도한 방향을 대략적으로 가리키고 있는 한 비둘기파가 주도하는 ECB는 오는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다음 금리 인하는 내년 12월과 3월에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ECB는 "특정 금리 경로에 대해 사전에 약속하지 않았다"며 "데이터에 따라 회의를 거듭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비공개 소식통을 인용해 ECB 내부에서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럽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문에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금융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미국의 경제적 발전이 유럽에 중요하며, ECB는 매우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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