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법규 내용 모호, 불명확"
국회, 내년 말까지 법 개정해야
‘회계조작’으로 불리는 재무제표·감사보고서 허위작성에 대해 현행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배수 벌금형’을 규정하면서도 벌금 상한액을 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형벌 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18일 재판관 8(헌법불합치)대 1(일부위헌)의 의견으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 조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현행법은 회계업무를 할 때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경우, 감사보고서에 누락이나 허위 기재가 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벌금액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대비한 벌금 상한액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위반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봤다. 이어 “이는 법원으로 하여금 그 죄질과 책임이 비례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고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며 국회의 입법개정 시한을 내년 말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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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편 이은애 재판관은 “헌재가 형벌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단순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고, 당사자 권리를 구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단순 위헌으로 결정해도 공인회계사법이나 자본시장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일부위헌 의견을 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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