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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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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위, 거듭 '명칭 바꾸자' 권고
'북배경주민' 선호 2~3% 그치자 반영 안해
통일부 "국민 공감대 중요, 정책 노력부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탈북민 명칭을 '북배경주민'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거듭해서 논란이다. 국책연구기관 조사에서 해당 용어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변경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을 귀화한 외국인과 동일시하는 인식이 향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통합위는 올해 3월 통일연구원에 '북배경주민 정착지원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시기상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위'를 출범한 직후다. 해당 연구에선 탈북민 명칭을 대체할 선택지로 '북배경주민'이 좋겠다는 의견이 2~3%에 불과했고, 이 결과는 지난달 초 통합위에 보고됐다. 통합위 내부 관계자는 "변경 근거를 마련하려 인식조사를 실시했지만, 북배경주민 선호도가 가장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순위권에 들어오지 않자 따로 발표하지 않고 강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배경주민' 선호도 최저, 왜 계속 제안하나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강서구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정책 제안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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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이 일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만 18세 이상 일반 국민 500명과 탈북민 505명을 대상으로 각각 인식조사가 진행됐다. 탈북민 명칭의 적절성을 묻자 일반 국민 의견은 적절하다(45.0%), 적절하지 않다(40.8%) 등으로 나뉘었다. 연구원은 '적절하지 않다'고 한 응답자에 대체 용어를 물으면서 순서대로 ▲북배경주민 ▲북이주민 ▲북향민 ▲하나민 ▲통일민 등을 제시했다. 북향민(33.0%)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북배경주민은 '그 외 다른 용어'라는 기타 항목보다 낮은 2.5%에 그쳤다.


연구원은 탈북민 대상 인식조사에서도 명칭이 달라지길 원한다는 응답자(58.9%)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을 물었다. 하나민(27.9%), 통일민(25.9%) 순으로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고, 북배경주민은 여기서도 기타 의견보다 낮은 3.9%에 불과했다. 해당 조사에 응한 일반 국민들은 기타 의견으로 '대한민국에 왔으니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꼭 그렇게 명칭을 달리 붙여야 하나' '사용 안하기' '특별한 호칭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 '구분하는 용어 자체가 차별' 등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그러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통합위는 이달 10일 열린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위 정책제안 심포지엄에서 '북배경주민'을 거듭 권했다. 명목상 '북배경주민'과 '탈북국민'을 병기하고 있지만, 탈북국민은 통합위가 발주했던 연구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통합위는 '제3국 출생 자녀'까지 아우르기 위한 취지라며 '이주배경주민(이주민)'을 유사 사례로 제시했다. 현행법상 부모가 탈북하다 중국 등에서 태어난 아이는 탈북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다. 일각에선 귀화한 외국인 등을 통칭하는 표현을 탈북민에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한 시기에 명칭을 북배경주민으로 바꾸자는 제안은 옥상옥 같은 엇박자"라며 "탈북민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차별적 성격을 띠는 데다 또 하나의 구별 짓기라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시도는 통합이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는 반(反)통일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차별 강화' 지적도…정부 "국민 공감대 중요"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참여정부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2004년 7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취임했고 그해 9월 공청회에선 '새터민'에 대한 선호도가 낮게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는 반발을 무시하고 2005년 1월부터 이를 대체용어로 확정했다. 2008년 MB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정부는 이 용어가 모든 탈북민을 온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북한이탈주민'을 공식용어로 썼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제안'은 '대정부 권고'라는 의미"라며 "조사해놓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무시하고 강행한다는 건 절차적으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탈북민의 날'까지 제정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실에서 경위를 들여다보고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북민은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단어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여러 사회적·정치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여전히 많은 탈북민은 탈(脫)이라는 표현에서 '스스로 북한을 떠나' 자유를 찾아왔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을 규정 짓는 표현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와 충격을 가져올지 신중히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탈북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통합위 관계자는 "탈북민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통일부에서 검토해주길 제안했고, '북배경주민'과 '탈북국민'은 하나의 예시"라며 "통일부에서 당사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용어를 선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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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통합위의 '북배경주민' 변경 제안에 대해 "용어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통합위도 설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탈북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공사례 발굴과 사회공헌 활동, 남북 주민 간 통합문화 확산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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