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시도에 쓴 AR-15
미국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미국의 소총 vs 테러범의 소총 극단적 평가
"용의자 아버지가 구입한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쏜 용의자가 이번 범행에 AR-15 계열 소총을 쓴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총기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국 수사당국이 암살 시도 현장에서 AR-15 계열 반자동 소총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AP는 이번 사건을 맡은 수사관을 인용해 "이 무기는 적어도 6개월 전에 총격범의 아버지가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R-15 소총은 미국에서 보편화한 무기 중 하나다. AR-15는 군대를 다녀온 한국 군필자들에게도 친숙한 M-16 소총의 민간용 버전이다. 이 무기는 총기업체 아말라이트(Armalite)가 개발했으며, 총기명의 'AR'은 '아말라이트'의 약자다. 민간용인 AR-15 소총은 전투 소총보다 휴대하기 편한 데다 적은 반동으로 미국 내에서 높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R-15 계열 소총은 조준경을 비롯해 여러 액세서리로 '맞춤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치명적인 사격을 가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국사격재단은 2016년에 미국인이 소유한 3억 개의 총기 중 약 500만~1000만 개의 AR-15 스타일 소총이 미국에 존재한다고 추정했다. 가격대는 통상 50만원대에서 4,50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의 소총'이라는 찬사를 받는 동시에 '대량 총격범이 선호하는 무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 무기는 미국 총기 사건에서 단골 흉기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내 공격(28명 사망), 2022년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21명 사망), 지난해 메인주 루이스턴 총격(18명 사망)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대인 혐오범죄로 꼽히는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총기 난사(11명 사망)와 2022년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도시의 퍼레이드 행사장 총격(7명 사망), 지난해 독립기념일 전날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의 무차별 총격(5명 사망) 등의 사건에서도 범인들은 이 소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2012∼2022년 사이 미국에서 발생한 주요 총기 난사 17건 가운데 10건에 AR-15 계열 소총이 쓰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워싱턴(서부), 캘리포니아, 뉴욕, 코네티컷, 뉴저지, 매사추세츠, 메릴랜드, 일리노이, 델라웨어 등 미국 9개 주는 AR-15 계열 소총과 기타 반자동 무기 판매와 소지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익단체들의 강력한 로비에 총기 규제 입법은 더딘 편이다. 특히 전미총기협회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다만 그간 총기 소지에 우호적 입장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을 당함으로써 총기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화당 입장 등 대선 국면에서 또 다른 논쟁거리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 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피를 흘리며 긴급 대피했고, 병원에서 안전을 확인한 뒤 긴급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또 사살된 용의자가 사용한 총기는 AR-15 계열 소총으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이며 범죄 현장의 용의자 시체 옆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FBI는 "용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무기는 그의 아버지가 6개월 이전에 합법적으로 구입한 AR-15 계열 소총"이라며 "이 사건을 암살미수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국내외 테러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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