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 후 파키스탄서 또 혼인
중혼 상태서 간이 귀화 신청 후 韓여성과 이혼
한국 여성과 결혼한 후 파키스탄에서 다른 사람과 결혼해 중혼한 외국인 남성의 귀화를 취소한 당국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파키스탄인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귀화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4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파키스탄 국적 외국인인 A씨는 2001년 7월 한국 여성 B씨와 파키스탄에서 결혼하고 같은 달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2년이 지난 2003년 A씨는 파키스탄에서 현지인 C씨와 또 결혼해 자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자녀 4명을 낳았다. 파키스탄에선 무슬림 남성이 첫째 아내의 허락을 얻은 경우 법적으로 중혼이 가능하다. A씨는 2010년 3월 파키스탄에 또 다른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한국에 간이귀화를 신청했고 법무부는 2012년 7월 그의 귀화를 허가했다. 간이귀화는 신청인이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인 점을 고려해 국적법 제5조가 정하는 일반 귀화보다 더 완화한 요건으로 보다 수월하게 귀화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후 A씨는 2016년 6월 파키스탄인 배우자 C씨와 파키스탄에서 이혼신고를 한 뒤 같은 해 12월 한국인 배우자 B씨와도 이혼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이듬해 1월 한국에서 파키스탄인 배우자 C씨와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법무부는 작년 6월 "A씨가 한국인과 결혼한 상태에서 파키스탄인과 중혼해 4명의 자녀까지 둔 사실을 숨기고 간이귀화 허가를 받았다"며 "이는 귀하 허가 처분에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면서 귀화 허가를 취소했다. A씨가 파키스탄 배우자 C씨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한국인과 '위장 결혼'을 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 "일부일처제는 한국의 중요한 법질서"
A씨는 "귀화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인 B씨와의 혼인 기간이 10년이 넘은 상태였던 만큼 위장 결혼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또 그는 처분 시점에는 중혼 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무부의 귀화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중혼 사실을 간이귀화 신청 당시 법무부가 인지했다면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간이귀화 신청서의 가족관계란에 파키스탄 배우자와 자녀를 기재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그가 한국인과 결혼해 2년 이상 국내에 주소가 있었던 만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귀화를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3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혼인제도 규범 등에 비춰 일부일처제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법질서"라며 "중혼은 대한민국 법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