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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트럼프 이겼고, 또 이길 것" 사퇴 일축한 바이든, 현지 평가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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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대선 후보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소개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언급하는 등 치명적 말실수가 반복되고 있어 그를 둘러싼 사퇴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 이겼고, 또 이길 것" 사퇴 일축한 바이든, 현지 평가는(종합)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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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사퇴론'에 단독 기자회견..."대선 출마 적합한 사람은 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그(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미 한 번 이겼고, 또 이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 캠페인을 위해 갈 길이 멀다”면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다른 사람도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현직 대통령인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할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돼왔다. 지난달 첫 텔레비전 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는 만큼, 사전 각본이 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그를 둘러싼 고령 및 인지력 저하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자리여서다.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시작된 기자회견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40분 상당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먼저 미국 안보에 있어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입을 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동맹 결집을 이끌었음을 부각하는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약속이 없다. 이미 푸틴 대통령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서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토를 강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을 더듬거리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며 후보 사퇴론을 점화시켰던 지난달 텔레비전 토론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일축했다. 그는 '더는 나쁜 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미 국민에게 어떻게 확신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확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라며 "3년 반 동안 이보다 더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킨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된 최근 여론조사와 관련해서는 "모든 여론조사 데이터가 시기상조다. 캠페인은 시작조차 안 됐다"고 깎아내렸다.


또 치명적 말실수...우크라 대통령 소개하며 "푸틴", 트럼프-해리스 혼동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눈이 쏠린 이날 기자회견을 두 시간가량 앞두고 이미 치명적인 말실수에 휩싸인 상태다. 그는 직전에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행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소개하며 "결단력만큼 용기를 가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자리를 넘기고 싶다. 푸틴 대통령(President Putin)을 환영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ABC, CBS, NBC 등 미 주요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뉴스를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면서 실수를 웃어넘겼다. 또한 "나토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이 아니라고 한 사람이 있느냐"고 화제를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고령 및 인지력 저하 논란을 한층 굳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보다 더 시기적절할 수 없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이날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혼동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주자로 출마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녀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트럼프 부통령'을 부통령으로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잘했어. 조(바이든)"라고 해당 실수를 비꼬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윗으로 "그 차이를 알고 있다. 한 명은 검사이고, 한 명은 범죄자"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밤 8시 이후 행사를 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했다는 보도는 부인했지만 "매일 아침 7시에 시작해 자정에 마치는 대신, 하루의 속도를 조금 더 조절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사실상 체력에 무리가 있음도 인정했다. 아울러 의료진이 신경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받겠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그는 "(의료진이) 아무도 지금 그런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든 현 상황에선 "아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트럼프 이겼고, 또 이길 것" 사퇴 일축한 바이든, 현지 평가는(종합)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현지 평가 살펴보니 "정책 강점과 실수 뒤섞여"

현지에서는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후보 사퇴론이 대세가 될 정도의 실수는 없었지만, 이를 뒤집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CNN 방송은 "로흐샤흐 테스트(심리학에서 사용되는 투사법 중 하나)와 같은 성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이들은 눈에 띄는 언어적 실수를 거론할 수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외교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한 부분을 언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때때로 답변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통찰력을 보여줬다"면서 "2주 전 대선 TV 토론과 같은 최악의 순간을 반복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캠페인 전략가인 데이비드 악셀로드는 "나토에서 이 회견을 한 것은 분명히 현명하다"면서 "다른 부분은 흔들리지만, 국가안보 문제는 매우 편안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스티브 코헨 의원은 이날 회견을 "성공적"이라며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대선 경쟁에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소속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짐 하임스 의원은 "(후보 사퇴론을 꺾을 만큼의) 게임체인저는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책 강점과 실수가 뒤섞였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부르는 등 그의 회견 실수가 많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면서도 "결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많은 순간에서 강력했기에 후보 자격을 절벽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고, 우려를 달래지 못하는 충분한 실수도 나왔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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