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대권 질문에 "자리보다 무엇을 하는 게 중요"
안심소득, 서울런 등 시정 성과 전면 강조
향후 2년은 "시민 일상 혁명에 기여하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대권을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어느 자리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오 시장은 "나는 여당이다"며 "정부와 여당 간의 관계, 여당 안에서 해야 할 말 중에 직접 할 수 있는 의견 피력은 직접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후 여의도 정치권과 접촉을 늘리며 조용히 세를 키우는 여권 잠룡인 오 시장이 앞으로도 정치 영역에서 활동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오 시장은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에서 일에 매진하겠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오 시장은 민선 8기 전환점을 맞아 안심소득, 서울런, 기후동행카드 등 시정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2년의 남은 임기 동안에도 정책을 통해 일상을 변화시키는 '일상 혁명'에 기여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일상 혁명을 통해 시민들의 삶을 바꿔왔다고 소개했다.
다만 보궐까지를 포함한 임기 내 시정 철학에 깊이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워했다. 오 시장은 "임기 초기까지 포함해 3년 정도가 지났는데 1년 정도는 전임시장 시절의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다"며 "방향이 제 생각과 다르게 설정돼 상당한 에너지가 투입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것이 미래를 향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로 후회는 없다"며 "이제 비로소 3년이 흐르면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정책 추진에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오 시장은 '불평등 해소'에 대한 해법으로 "소득 격차와 지역 간 격차뿐만 아니라 교육, 여가, 문화, 건강의 격차까지 줄여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데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며 "근로 의욕을 끌어올린 안심소득과 고도화된 서울런은 지속가능한 복지의 표준을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저출산 해법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꼽고 주거안심 장기전세주택을 '역대급 물량'으로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향후 2년간 서울시가 추진할 혁명들에 대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 오 시장은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은 "시장이라고 뽑아놨는데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에서 일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로 답변으로 대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여당의 중진으로서 정치적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낼 필요는 있다"며 "국민들께서 저한테 가지는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 맞는 메시지는 계속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오 시장의 행보에서도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정치 현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예전과 달리 당무 훈수는 물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권을 향해서도 날 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연금개혁, 대북확성기 재가동 등 추후 오 시장의 국정 구상을 엿볼 수 있는 현안에서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핵무장론'까지 꺼내 들었다. 이날도 오 시장은 이 전 대표의 기본소득에 대해 "한 마디로 궤변 중에 백미"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세금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분을 더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그런 의미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다 보니 그런 궤변도 불사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 시장은 지난 임기 간 서울시책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싶지만 수치로 말씀드리면 겸손해 보이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공무원들에게는 90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영광스럽게도 언론에서 밀리언셀러를 이야기해 줄 정도로 많은 시민이 정책을 애용하고 있다"며 "오늘 반환점을 도는 이 순간 우리 공무원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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