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인사이트 대학 운영에 접목
국제화로 대학 경쟁력 강화 추진
2년만에 외국인 학생 69%늘어
입학자 20% 해외로 파견
서울소재 대학 해외 파견 순위 10위
외국인 정주 취업 프로그램 마련
2025년 국제학부 신설 계획
'사회와 연결된 대학' 청사진 그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이 전한 메시지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듬직한 안내자에 관한 대목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눈앞의 결과에만 천착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가고자 하는 길의 방향은 흔들린다. 그럴 때 누군가는 긴 호흡으로 멀리 앞을 내다보는,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의 관계를 넘어 사회로 대상을 넓혀 보면 학문이, 특히 대학이 그 길을 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총장은 바로 그 역할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 공간인지, 그곳을 이끄는 총장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해 차분하게 견해를 밝혔다. 학문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융합과 연결을 토대로 상생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대학이 사회에 듬직한 안내자로 뿌리를 내리는 모습. 이는 '민족정신을 기반으로 정성되고 믿음직한 여성 지도자를 양성해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다'는 성신여자대학교의 건학이념과도 맞닿아 있다. 창립자인 운정 이숙종 박사는 학교를 세우면서 '밖으로 믿음이 있고 안으로 성실하면 그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성신(誠信)이라는 교명을 지었다. 듬직한 안내자는 바로 성신여대의 교육이념을 세상에 널리 전하는 역할인 셈이다.
성신여대는 올해로 창학 88주년, 개교 59주년을 맞았다. 성신의 역사를 함께해온 이들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성신여대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의 '2024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국내 여대 가운데 2위에 올랐다. 이는 우연히 이뤄진 결과물이 아니다. 성신여대는 2023년 대학정보공시를 기준으로 재학생 1인당 장학금액이 연간 373만원에 달한다. 서울 소재 4년제 여대 가운데 1위의 기록이다. 성신여대는 이렇게 의미 있는 기록을 이어가면서 인재 양성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이 총장이 있다. 대학의 다양한 구성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호흡하며 성신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다. 기업에서 경험한 실물 경제의 노하우를 학문의 전당에 접목하면서 선순환의 결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총장이 긴 호흡으로 밑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유. 대학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사회와 연결돼 함께 상생하고자 노력하는 게 바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남은 임기 동안 듬직한 안내자의 길을 향해 담대한 발걸음을 이어갈 생각이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전문.
-이번 달로 취임한 지 2년이 됐다. 그동안의 소회를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대학 조직의 수장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조정해 나가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복잡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모두가 흡족한 결론에 도달하기는 어렵고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신여대로서는 성장과 도약의 시간이었다. 2년 동안 성신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큰 배움 속에 성신여대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열심히 하는 대학은 반드시 성장하고 발전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교육 혁신 측면에서는 학문단위의 융합과 유연화를 이끌었다. 올해 정시모집부터 모집단위 광역화를 시행해 학문적 관련성이 높은 전공을 계열별로 분류했다. 학생들을 위한 해외기업 현장실습과 기업탐방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연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과제 예산과 연구장려금 지원 액수를 확대했다.
-취임 전 '탑다운' 방식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바텀업' 방식으로 대학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대학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초기에 가졌던 바텀업의 관점을 바로 실행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바텀 입장에서 보면 큰 방향을 보는 정책의 구축이 어렵고, 사회 변화의 큰 틀을 보기가 어렵다. 반면 탑에서 내려다보면 개별적인 세부 상황을 고려하기가 어렵다. 변화란 바텀이든 탑이든 서로 변화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서로의 관점을 잘 조율해야 한다. 이에 먼저 소통해서 (구성원들과) 합의를 보려고 노력했고 변화에 대한 공유의식이 생겨났다. 이런 의식을 계기로 개별 학문단위에서 바텀업 변화를 위한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
-취임 초기 '대학의 개방' 다음으로 '국제화'를 목표로 언급했다. 성신여대는 그간 여러 기관·대학 등과 협약을 맺어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우선 외국인 학생들을 부르는 칭호를 '국제학생'으로 바꿨다. 그리고 내국인 학생들 대상으로 했던 정책을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넓히면서 이들을 위한 국내 정주 취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대학의 학사 정보시스템을 외국인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대학의 표식과 정보를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종교인을 위한 기도실도 마련했다. 다문화 대학으로서의 인식 전환이라는 큰 소득을 거뒀다. 이러한 노력으로 총장 취임 전인 2022년 상반기 492명에 불과했던 국제학생은 올 상반기 833명으로 늘며 약 69%가 증가했다. 교류 협정대학의 수도 272개교에서 303개교로 늘었다.
국내 학생들의 해외 대학 파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신여대는 서울 소재 대학 가운데 국내 학생의 해외 대학 파견인원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했다. 해외 대학 파견 비용은 서울 소재 대학 중에는 8위, 전국 대학 중에는 13위를 달성했다. 입학자 중 해외 대학으로 파견된 학생의 비율은 2022년 상반기 약 15%에서 올 상반기 20%까지 늘어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5년에 국제학부를 신설해 글로벌한국학과 뷰티·패션디자인 등 2개의 전공을 개설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한국어 교육을 제외한 모든 전공수업은 100% 영어로 이뤄진다.
-많은 대학이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어떻게 재정을 꾸려 나가고 있나.
▲현재 한국의 모든 대학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에 답을 내기는 어렵다. 기부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선 '학교 기업'을 만들고 싶다. 국가가 지정하는 기술을 보유한 학교 벤처기업과는 다른 개념이다. 학교가 전통적으로 특화된 분야를 토대로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사회와 협력해보고 싶다. 곧 재미있는 하나의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 성신여대는 우수한 인재를 모으고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을 수립하고 있나.
▲대학의 수준을 높이고, 고등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을 원점에서 정립하려 한다. 추상적이지만 연구와 교육이라는 기본적인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에 충실할 때 인재는 온다고 본다. 수험생들도 단순히 서열화된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지가 예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대학의 교육혁신을 통해 인재를 모을 것이다. 좋은 교수와 차별화된 교육,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학문단위의 끝없는 변화를 추진하려 한다.
-취임 초기 사회와 연결된 대학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에 대학이 맞출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와 연결된 대학이란 대학이 사회라는 공동체와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대학과 사회는 하나의 생태계라는 의미이다. 학생도 개인과 사회를 고려해 학문을 선택하고, 그 성과를 사회에 돌려주며, 사회도 대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야만 같이 살아갈 수 있다. 현재 우리 대학은 협동(cooperation), 협력(collaboration), 그리고 연결(connectedness)이라는 3C의 개념을 통해 사회와의 연결을 가르친다. 하나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힘을 합하고 이것들을 융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지성이 대학이 가야 할 길이다.
-총장 취임 후 '듬직한 안내자가 되겠다'고 했다. 안내자는 총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의미하는가.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려면 조직에 대한 책임 외도 안내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총장 취임 이래 경영학자로서 가진 인사이트를 대학 경영에 접목하고자 노력했다. 경영학의 본질은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이들과 자원배분을 위한 협력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학을 이끄는데 경영학이란 학문적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기업에서의 경험도 대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2년의 임기가 남아있는데.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교육의 완전한 혁신을 이루고 싶다. 전통적인 대학 고등교육의 형식을 깨고 싶은 마음이 있다. 두 번째는 재정적 독립이다. 또한 학문 간의 협력과 연결을 끌어내고 싶다. 요즘 시대는 한 학문이 다른 학문의 지식을 본능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학문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학문과 연결돼 융합해 나간다. 남은 임기 동안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에 대한 사고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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