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조련사 목 잡고 땅에 내동댕이 쳐
조련사는 현장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인도에서 훈련받던 코끼리가 조련사를 밟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지난 20일 인도 케랄라주 이두키 지역의 한 사파리 공원에서 62세 조련사가 900㎏의 코끼리에 밟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조련사가 막대기로 코끼리 다리를 때리면서 훈련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코끼리는 화가 난 듯 조련사를 공격했고, 쓰러뜨린 후 짓밟았다. 이어 코로 조련사의 목을 잡고 땅에 내동댕이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남성은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당국은 코끼리 사파리 공원에 일시 폐쇄 명령을 내리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코끼리 사파리와 관련된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코끼리들의 안전을 위해 공원 폐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를 접한 누리꾼은 "코끼리가 평소 학대를 참다가 한 일일 것",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이 코끼리의 본성 또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코끼리는 인간에게 '훈련'을 받기 위한 동물이 아니다" "코끼리가 이 일 때문에 죽지 않기를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도록 코끼리를 훈련하는 과정은 혹독하다. 새끼 코끼리의 경우는 아주 어릴 때 엄마 코끼리로부터 분리한다. 또 코끼리의 다리를 묶어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만든다. 코끼리 관광을 통해 수입을 얻는 이들이 친구나 가족과 교류할 기회를 끊는 것이다.
PEAT 등 동물 단체는 또 많은 코끼리가 폭력적인 훈련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서 긴 작대기로 때리는 것은 흔하며, 저항할수록 폭력은 더 강해진다. 훈련사들은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코끼리의 머리 부분을 찔러 상처를 내고 복종을 가르친다. 훈련사의 목표는 코끼리의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코끼리들은 자기 뜻에 따르는 게 아니라 강제와 폭력 앞에서 노예화됐다고 동물 단체는 주장한다. 따라서 관광객들이 코끼리 타는 것을 거부하거나 하지 않으면, 코끼리를 가혹하게 길들이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동물단체의 논리다.
한편, 인도에는 2만5000마리 이상의 야생 코끼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림 개발이 지속해서 확대되면서 서식지가 줄어들자 코끼리가 인간을 공격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인도 정부 통계를 보면 2015∼2019년 5년 동안 2300명 이상이 코끼리 공격으로 사망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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