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객사와 접대골프를 한 A기업 김 전무의 영수증을 살펴봤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린피가 1인당 20만원이다. 4인 한 팀의 그린피는 80만원, 카트비가 10만원이 나왔다. 골프 시작 전 스타트하우스에서 먹은 점심 및 그늘집 간식 비용, 운동 후 골프장에서 먹은 저녁식사를 합친 식대는 77만7000원. 여기에 프로숍에서 구매한 선물비용 15만원이 추가돼 총 182만7000원이 들었다. 현장에서 현금 결제한 캐디피 15만원을 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1회 골프비용이 1인당 45만원 이상 쓰인 것이다. 결제는 법인카드로 이뤄졌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골프장 이용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좀처럼 골프장 이용료는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골프인구 증가가 골프장 이용료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2020년부터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수경기 진작을 목표로 법인카드 업무추진비(접대비) 손금산입(비용처리) 한도를 높이면서 나타난 접대골프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법은 접대비에 대해 수입금액별 일정 금액 한도로만 손금산입을 인정한다.
코로나19 기간 해외 여행이 힘들어진 데다 실내 모임 제한으로 주요 접대 장소가 골프장으로 이동하면서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2022년 2조1625억원까지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골프장 법인카드 매출 비중은 27.9%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국내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 평균은 2020년 18만1000원에서 2023년 22만1000원으로 4년간 22.1%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경기 악화에 대기업 중심으로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 제한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해외여행 제한까지 풀리면서 황금기를 맞았던 골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실제로 2020년 접대비 한도 증액으로 법인카드 매출 성장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골프장들은 지난해부터 내장객이 줄면서 경영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4772만명으로 2022년 5058만명 대비 5.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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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골프장업계가 지금처럼 법인카드 매출에 의존해 비싼 이용료를 유지할 경우 접대골프 근절 분위기를 타고 산업이 함께 위축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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