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 두 번째 직접 주재
신설 부서 명칭 ‘인구전략기획부’로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부여
"국가 총력전 벌여서 암울한 미래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며 "현재 6.8%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2주씩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의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정하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고령사회·이민정책을 포함한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토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직접 주재했으며,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위기"라며 "급격한 인구 감소와 경제·안보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급기야는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지진과 극단적 경쟁 체제에 따른 인구감소로 멸망했다고 전해지는 고대 스파르타의 역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6년간 28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동 분기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이제 국가 총력전을 벌여서 암울한 미래를 희망차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
먼저 윤 대통령은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신설을 예고한 저출생대응기획부의 명칭을 인구전략기획부로 확정하고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을 부여하고 인구 정책 기획·평가·조정 기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에도 저출생 대응 수석실을 설치해서 정책을 직접 챙기겠다"면서 "총력 대응 체계와 함께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고 만족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동안의 저출생 정책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해외의 성공·실패 사례까지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한 윤 대통령은 "기업 규모·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필요한 시기에 출산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현재 6.8%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첫 3개월은 월 25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직장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함께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아빠의 출산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해 엄마 아빠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아이가 아플 때처럼 꼭 필요한 시간에 부모가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8세에서 12세까지 확대하고, 2주씩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비롯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도 다양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사업주에게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인력 지원금으로 월 12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동료와 기업의 부담도 정부가 나눠서 지겠다"며 "전국 13개 고용센터에 일·육아 동행 플래너를 신설해 출산, 육아, 휴가 지원 제도를 맞춤형으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로 전환해 임기 내 0세부터 11세까지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임기 내에 3세부터 5세까지 아이들에 대한 무상 교육·돌봄을 실현하고,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모든 학년의 아이들이 원하는 늘봄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양 체계 전면 개편…입양과정, 국가·지자체 직접 수행
윤 대통령은 "제가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에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운영이 확대된다"면서 "단계적으로 무상 운영을 확대하고, 지자체와 돌봄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돌봐줄 부모나 가족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국가의 돌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입양 체계를 전면 개편해서 새로운 가정에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동안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던 입양 과정을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수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산 가구의 경우 원하는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 받을 수 있게 하고, 추가 청약 기회와 신생아 특별공급 비율도 늘린다. 윤 대통령은 "주거비 걱정도 덜어드리겠다"면서 "신혼부부에게 저리로 주택 매입과 전세 자금을 대출하고 출산할 때마다 추가 우대금리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예식, 예복과 같은 다양한 결혼 비용에 대해 추가적인 세액 공제를 도입해 청년들의 결혼 부담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은 이런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 외에도 수도권 집중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과 경쟁 압력, 높은 불안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정부는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고 고용, 연금, 교육, 의료 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매월 '인구 비상대책회의'…"정책 철저히 점검"
윤 대통령은 "긴 호흡으로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앞으로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할 때까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구 비상대책회의를 매월 개최해 발표된 정책을 철저히 점검·보완하고, 민관·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민께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한시라도 빨리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해서 국가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4세 여자아이를 양육 중인 30대 워킹맘은 "이전에 재직했던 회사에서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복직 후 불이익을 느껴 결국 이직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늦게나마 사업주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주변 동료에 미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업무분담지원금이 신설돼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3살, 5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한 엄마는 "직업 특성상 근무 시간이 일정치 않고 혼자 두 명의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돌봄 서비스가 꼭 필요한데 앞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말을 들으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면서 "외국 돌봄 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구위기가 경제·안보위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저출생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의 1순위 과제가 저출생이고 22대 국회 1호 법안도 저출생 대응이었다"면서 "당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입법 정책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출생률 제고 위해 해야 할 일 촘촘하게 다 해야"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사회가 복지 측면에서 발전하고 살기 좋아지고 있지만 출생률은 오르지 않는다"면서 "결국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에 있어 경제적 부담이 안 들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자녀가 부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서 "양립, 양육, 주거와 함께 삶의 가치관, 인식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출생률 제고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을 촘촘하게 다 하자"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맞벌이 워킹맘, 다둥이 아빠, 청년, 학부모, 기업 대표 등 다양한 정책수요자들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촉직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최 부총리 등 정부위원 등이, 지자체에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교육감 등이, 국회에서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정재 국민의힘 저출생대응특위 위원장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에 앞서 권오갑 HD현대 회장의 안내로 HD현대 직장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들과 함께 신체활동, 종이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린이집 원생·원장·교사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신체활동 시간에 직접 아이들의 줄다리기 놀이 심판으로 참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어린이집 식당을 찾아 조리사들에게도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응원했으며, 윤 대통령이 어린이집을 나설 때 한 부부가 아이와 함께 셀카 촬영을 요청하자 그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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