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곳저곳서 터져 나오는 비명
주문 폭증으로 '배차지연'
배민은 가게 노출 반경 좁혀 대응
이중 메뉴판 등장, 소비자 부담은 가중
무료배달로 인한 비용은 일차적으로 자영업자와 배달 기사에게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귀결된다. 높은 수수료 부담을 안게 된 자영업자는 음식값을 높여 이에 대응하고, 임금이 하락한 배달 기사들은 배달 업계를 이탈하거나 '선택적 주문 받기'를 통해 수익을 내려 한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팀장은 "처음엔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 피해는 돌고 돌아 소비자에게 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리부터 배차까지 '1시간15분'
#경기도 용인에서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5)는 지난 주말 곤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고객 주문이 들어왔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배달 기사가 연결되지 않아 결국 주문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고객은 '음식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했다'며 이씨 가게에 전화해 항의했다. 이씨는 "사과도 하고 환불도 해줬지만, 가게 평판이 나빠진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배차 문제에 대해 우리 가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음에도 고객은 배민 잘못이 아닌, 가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떠안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배차 지연은 무료배달 이후 발생한 대표적인 문제다. 자영업자들은 무료배달로 인해 주문부터 조리까지 1시간씩 걸리는 일이 잦아졌고, 소비자 불만도 늘었다고 토로한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배건우씨(36)도 "신규 요금제(배민1플러스)를 5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난 현재까지 주문 취소만 10여건 발생했다"며 "손님들에게도 '최근 왜 이렇게 배달이 오래 걸리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배차 지연이 발생한 데에는 무료배달 영향이 컸다.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배달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배민이 중개부터 배달까지 전부 책임지는 '배민배달(알뜰배달·한집배달)'과 배민은 중개만 하고 배달은 점주와 계약한 배달 대행업체(바로고·부릉 등)가 수행하는 '가게배달'이다. 이 가운데 배민은 배민배달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만 무료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이 배민배달로 몰리며 주문량 폭증과 배달 기사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엔 가게배달과 배민배달로 주문량이 적절하게 분산됐으나 무료배달 이후 주문이 한쪽으로만 몰린 결과다.
서울 양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모씨(35)는 "원래 가게배달과 배민배달 주문 비율이 7대 3 정도로 가게배달 주문 건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무료배달 이후 1대 9 정도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며 "아직 배달 대행업체를 쓰고 있긴 한데, 이분들에게 들어오는 가게배달 콜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배달 기사들의 임금 하락도 맞물리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현행 시스템에 따르면 배달기사들의 배달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오르는 구조다. 고객이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문하면 인근 배달 기사들에게 '주문 콜'과 함께 초기 단가가 제시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도 배차가 되지 않으면 처음 제시된 단가에서 요금이 점점 높아지는 식이다.
이에 배달 기사들은 낮아진 단가를 메꾸기 위해 일부러 콜을 잡지 않고 '무한대기'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주광역시에서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김모씨(39)는 "처음 단가가 2000원이라면 이게 2070원, 2300원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게 돼 있다. 기사들에게 4000원 주던 걸 3000원으로 줄이고 이걸 또 2000원으로 줄이니까 기사들이 콜을 안 잡고 기다린다"며 "배달 기사들의 단가를 낮추고 있으니 배달 지연 문제가 더 악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이 불가능합니다'
#서울 강서구에서 닭발집을 운영하는 김준형씨(34)는 최근 단골손님들에게 "왜 장사를 안 하냐"라는 연락을 받았다. 배민 앱에 접속해 김씨네 가게를 검색하면 '현재 주문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뜬다는 것이다. 놀란 김씨가 고객센터에 확인해보니 상담사는 "주문량 폭증과 배달 기사 부족으로 가게 노출 반경을 임의로 줄였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씨는 "(배민이) 노출 반경을 기존 4㎞에서 1.5㎞까지 좁혀놨더라"며 "배달 기사를 배치하지 못한 건 배민 책임인데, 왜 멀쩡하게 장사하고 있는 가게를 '주문이 불가능한 가게'로 만드느냐"라고 토로했다.
배민은 배차 지연 문제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가게 노출 반경'을 조절하며 대응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기상, 도로, 배민 라이더 상황 등에 따라 배민은 점주들의 가게 노출 반경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기존엔 가게에서 4㎞ 떨어진 고객에게까지 가게가 노출됐다면 해당 범위를 2㎞ 이내로 줄여 임의로 주문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은 '주문이 제한됐다'는 알림을 최근 수없이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비가 오는 날은 물론 날씨가 좋은 날도 멀쩡한 가게에 배달을 못 하도록 주문을 막아 놓는다"며 "배달 기사를 관리하지 못한 것은 배민의 책임인데도 자영업자들이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품질 안정화가 필요한 일부 지역에 한해 기본 반경 4㎞에서 가게 노출 반경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며 "점주분들과 소비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1500원 더 부담하는 소비자
이런 악순환 구조는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영업자들이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 등 손실을 메꾸기 위해 메뉴 가격을 차례로 인상하면서다.
이씨도 최근 모든 배달 앱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1000~2000원씩 높였다. 기존엔 소비자가 1만8000원짜리 피자 두 개를 주문하면 배달비(2500원)를 포함해 총 3만8500원을 부담했지만 지금은 같은 메뉴가 2만원으로 올라 무료배달로 주문해도 4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오히려 1500원을 더 많이 내고 이용하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11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치킨·분식점 등 34곳 가운데 20곳(58.8%)이 배달 앱과 오프라인 매장 가격이 다른 '이중 메뉴판'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중 메뉴판이 적용된 메뉴 541개 가운데 529개(97.8%)가 배달 앱 가격이 매장보다 높았다.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이 구조에선 폐업하느냐, 가격을 올리느냐 둘 중의 하나다. 자영업자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달 앱의 높은 수수료를 버티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모든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싣는 순서
<2> 무료배달이 굴러가는 방식
<3> 이곳저곳서 터져 나오는 비명
<4> 그럼에도 '신규 요금제' 쓸 수밖에 없는 이유
<5> 무늬뿐인 공정위 자율 규제
<6> 전문가 제언: 배달 플랫폼 규제 방안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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