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무료배달이 굴러가는 방식
지난해 기본 배달료→구간 배달료 변경
한 건당 배달료 20% 가까이 줄어
"비용 분담, 배달앱에 유리하게 짜여"
산술적으로 보면 무료배달로 인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떠안아야 할 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무료배달 이전엔 총 6600원(부가세 포함)의 배달비를 점주와 소비자가 각각 나눠 부담했으나, 무료배달이 시작되며 소비자가 부담하던 비용(평균 3300원)을 배달 앱이 대신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내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가운데 배달의민족(배민)이 떠안게 될 비용이 막대하다고 봤다. 현재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쿠팡이츠·요기요와 달리 배민은 전 고객을 대상으로 이를 운영하고 있다.
정산 방식 변경, 배달료 20% 줄어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은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 그리고 '배달기사들의 임금 낮추기' 등을 통해 이 같은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배민은 알뜰배달(한 번에 동선이 비슷한 여러 집을 묶어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며 배달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정산 방식을 '기본 배달료'에서 '구간 배달료'로 변경했다.
기본 배달료는 내비게이션 측정 경로에 따라 구간별 요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675m까지는 3000원, 675m부터 1900m까지는 3500원, 이후부턴 100m당 80원을 추가 지급한다. 반면 변화한 구간 배달료에선 이를 세분화해 지급한다. 한 건당 픽업요금(1200원)과 전달요금(1000원)을 각각 지급하고, 구간요금은 100m당 80원씩 준다.
배달기사가 받는 임금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배민커넥트 공식 앱을 참고해 계산해보면, 배달기사 A씨가 받는 배달료는 같은 상황에서 20% 가까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배달기사 A씨가 매장에서 1.5㎞ 떨어진 목적지와 2.0㎞ 떨어진 목적지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해 배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본 배달료로 얻는 수익은 구간별 요금을 각각 3500원씩 적용해 모두 7000원이다. 반면 구간 배달료로 계산하면 픽업요금과 전달요금에 구간별 요금까지 모두 합해도 6000원이 나온다. 한 건당 배달료가 14.3%가량 하락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배달기사들이 겪는 임금 하락은 이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술적으로 구간 배달료로 인한 손실은 목적지(전달1·2)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크게 발생하는데, 비슷한 동선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 특성상 목적지 간 거리가 0.5㎞ 이내로 배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악천후 등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배민이 목적지 간 거리를 0.5㎞ 이내로 들어오도록 편성해주는데, 이런 구조에선 바뀐 요금제로 발생하는 손실이 훨씬 크게 나온다"며 "여기에 피크타임이나 악천후 때 지급하는 프로모션도 감소하면서 배달기사들의 임금은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이 알뜰배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주문 콜'이 알뜰배달로 몰리고 있는 점도 상황을 가중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배민 온라인 식품 사업인 'B마트'에도 구간 배달료 방식이 적용됐다.
이에 배달기사들이 모인 일부 커뮤니티에선 '이딸라(기본요금이 2000원대임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경기 안산에서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강석우씨(42)는 "단가 2000원대 콜만 쏟아지는데 누가 배달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배달기사들 임금이 반토막 났다. 이제 부업으로 다른 일 찾겠다며 떠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배민 관계자는 "바뀐 요금제를 단순히 기본요금만 보고 평가하면 안 된다. 변화한 지급 방식에선 0m부터 구간요금을 지급하므로 배달기사들의 시간 대비 전체 임금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평가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7000억원…'인건비' 줄였다
지난해 국내 배달 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했음에도 배민은 영업이익 6998억원을 기록, 역대 최고 실적을 썼다. 매출은 늘고 영업비용은 크게 줄인 결과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배민 영업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주 용역비'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외주 용역비란 배민이 배달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상생 지원비, 제휴 혜택 및 서비스비, 악천후 시 프로모션 비용 등을 말한다. 2021년 138.7%에 달했던 외주 용역비 신장률은 지난해 6.3%로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배달 앱, 자영업자, 배달기사가 각각 나눠 부담하는 과정에서 '갑을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료배달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판촉 행사인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배달 앱, 점주, 배달기사 등 반드시 누군가 떠안아야 한다"며 "이를 몇 대 몇으로 나눌 것인지 정하는 과정에서 우세한 힘을 지닌 배달 앱에 보다 유리한 논리가 투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달 앱 시장은 독과점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자영업자와 배달기사들에게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과도하게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2> 무료배달이 굴러가는 방식
<3> 이곳저곳서 터져 나오는 비명
<4> 그럼에도 '신규 요금제' 쓸 수밖에 없는 이유
<5> 무늬뿐인 공정위 자율 규제
<6> 전문가 제언: 배달 플랫폼 규제 방안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