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수수료 56만원→183만원' 껑충…일해도 남는 게 없다[배달앱의배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4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①팔 수록 손해 보는 자영업자들
신규 요금제로 한 달 부담액 520만원
점주 부담 배달비도 220만원→330만원
정률제 수수료…매출 늘수록 커져
"다함께 전체 파이 키우려는 의도"

편집자주올해 초부터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사는 '무료배달'을 내세워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담이 완화됐다'며 화답한다. 그러나 배달 앱들이 내놓은 무료배달의 이면을 살펴보면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무료배달로 인한 막대한 비용은 점주들에게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 배달 기사들에게는 낮아진 임금으로 전가된다.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아시아경제는 총 6회에 걸쳐 국내 배달 앱들의 무료배달 경쟁이 자영업자, 배달 기사,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살펴본다.

"옛날보다 더 많이 파는데 남는 게 없어요. 죽어라 일하는데 몸만 힘든 거예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작고 허름한 건물. 1층에서 배건우씨(36)는 포장 전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배씨네 부부가 카페, 맥줏집 등을 거쳐 분식점에 정착한 건 2년 전쯤 어린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다. 홀 관리가 따로 필요 없고 포장이 간편한 분식점이 아이를 돌보며 운영하기엔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배씨는 "이 동네가 거기서 거기다. 아내가 매장에서 포장하고, 내가 직접 배달하면 인건비를 충분히 아낄 수 있었다"며 "아내와 지난 2년간 최대한 지출을 줄인 결과 수입도 꽤 괜찮았다"고 말했다.


'수수료 56만원→183만원' 껑충…일해도 남는 게 없다[배달앱의배신] 서울 동대문구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운영하는 배건우씨(36)가 고객에게 배달할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사진=조용준 기자]
AD

한 달 부담액 513만원…많이 팔수록 커져

부부의 고민이 깊어진 건 최근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배달 앱이 하나둘씩 '무료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지난 3월26일, 쿠팡이츠가 국내 배달 앱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 가운데 처음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하고 이어 4월1일엔 '국내 배달 앱 시장 1위' 배민이 무료배달 전쟁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배달의민족을 기준으로 무료배달은 배민이 올해 초 출시한 신규 요금제 '배민1플러스'에 가입한 가게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기존에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던 '한집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과 '알뜰배달(한 번에 동선이 비슷한 여러 집을 묶어 배달)' 서비스를 합친 상품으로, 점주들이 주로 이용하던 정액제 요금제인 '울트라콜'과는 크게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일명 '깃발요금'으로 불리던 고정비용(개당 8만8000원)을 매달 지불하던 '정액제' 방식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매달 중개 수수료(7.48%·부가세 포함)를 떼어가는 '정률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둘째, 배달비 총액에서 '점주 부담 배달비'와 '고객 부담 배달비'를 점주가 스스로 결정했던 것과 달리 배민이 지역별 배달비(서울 기준 3300원)를 고정했다. 셋째, 이전엔 점주가 가까운 거리를 직접 배달했으나 배민 배달 기사에게 모든 업무를 맡기게 됐다.

'수수료 56만원→183만원' 껑충…일해도 남는 게 없다[배달앱의배신]

이런 변화는 배씨네 부부의 상황도 크게 변화시켰다. 무엇보다 정률제 방식으로 한 달 부담액이 크게 늘었다. 배씨네 부부가 대표 상품인 '마라로제 떡볶이 세트(1만7000원)'를 한 달에 1000건 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요금제(울트라콜) 사용 시 282만5000원이던 한 달 부담액은 신규 요금제(배민플러스)로 변경하면서 513만2600원까지 불어난다. 매달 추가 부담액이 23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카드 결제수수료(3.3%)와 중개수수료(7.48%)를 합친 수수료가 56만1000원에서 183만2600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200만원이던 점주 부담 배달비도 330만원으로 100만원 넘게 늘었다. 그러나 실제 배씨네 부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전엔 배씨가 전체 주문의 절반가량을 직접 배달했으나 신규 요금제에선 이런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를 두고 '일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배씨는 "예전엔 1000만원 팔아서 200만원 가져갔다면, 지금은 1300만원 팔아서 200만원도 못 가져간다"며 "분명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늘었는데,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경남 울산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을 운영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 이웅구씨(40)는 "1300만원을 팔아도 550만원 정도 입금된다. 여기서 재료비, 월세 등 다 빼고 나면 직원 월급도 안 나온다"며 "이렇게 가다간 자영업자들 다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나온 '극약처방'

배달 앱들이 앞다퉈 무료배달을 출시한 데에는 국내 배달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매년 무섭게 성장했던 국내 배달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26조5939억원이던 음식 배달 거래액은 지난해 26조4326억원으로 떨어졌다.


'수수료 56만원→183만원' 껑충…일해도 남는 게 없다[배달앱의배신]

전문가들은 무료배달을 두고 배달 앱들이 고민 끝에 내놓은 '극약처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고물가 시대에 배달 앱 시장의 정체기는 예견된 일로, 위기 상황에서 나온 회심의 카드에 가깝다는 뜻이다. 또 단순히 배달 앱끼리 경쟁을 벌이려는 목적이라기보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 진짜 목적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배달 앱 시장 파이 자체가 작아지면 배달 앱끼리 서로 아무리 경쟁해도 나중엔 서로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며 "무료배달로 더 많은 고객을 유입해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고 동시에 국내 배달 앱 시장 파이 자체를 키워 다 함께 득을 보려는 것이 진짜 목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글 싣는 순서
<1> 팔 수록 손해 보는 자영업자들
<2> 무료배달이 굴러가는 방식
<3> 이곳저곳서 터져 나오는 비명
<4> 그럼에도 '신규 요금제' 쓸 수밖에 없는 이유
<5> 무늬뿐인 공정위 자율 규제
<6> 전문가 제언: 배달 플랫폼 규제 방안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