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방화 용의자 60대 A씨
과거 3층 살며 윗집과 갈등
경찰, 원한 범죄 의심…탐문 조사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을 지른 용의자가 숨지고 주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60대 방화 용의자가 과거 해당 아파트 3층에 거주할 당시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 갈등을 겪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 범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아파트 방화 용의자인 A씨(61)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방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방화 과정에서 몸에 불이 붙어 사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화재는 전날인 21일 오전 8시17분 봉천동 소재 21층짜리 복도식 아파트 4층에서 시작됐다. 당시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진화에 나섰다. 이 불로 4층에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낙상, 연기 흡입 등 경상자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고, 단순 연기 흡입으로 현장 조치를 받은 인원도 7명이었다.
경찰은 9시54분께 화재가 진화된 뒤 4층 복도에서 불에 탄 A씨 시신 곁에서 농약살포기 또는 세차건으로 추정되는 범행 도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이후 지문 등을 검사해 A씨 신원을 확인했다. 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선 A씨 소유의 오토바이와 기름통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도구 및 기름 구매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 소방과 함께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말까지 불이 난 아파트 3층에 살며 윗집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A씨와 윗집 주민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층간소음 등 이웃과의 갈등에 원한을 품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A씨 가족과 이웃 주민 등에 대한 탐문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살인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291명 중 72명(24.7%)이 '당사자 간의 대인갈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주의·과실(29.6%), 기타(2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7년 경남 진주에서 안인득(47)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밖으로 나간 뒤, 대피하던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총 22명이 숨지거나 다친 사건이 분노 범죄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안인득도 이상행동을 보여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경우 폭력에 대한 거리낌 없는 태도를 취하는 사례가 많고, 이것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사람은 2020년 1885명에서 2023년 2256명으로 약 20% 증가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도 2022년 7055명에서 2023년 7919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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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온 세상이 적이고, 나한테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불특정 대상에 대해서 분노하기 때문에 평소에 대화를 통해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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