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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쪽 대처로 망가진 '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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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북한 도발해도 전단 살포 막지 않아
'표현의 자유' 되살렸지만, 국민 불안 방기
전단 부정적 인식 확산…北 원하는 결과

[기자수첩]반쪽 대처로 망가진 '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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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물풍선 도발로 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 지난 4일, 통일부 당국자와 기자들이 마주 앉았다. 질문과 답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했다. '국민들의 불안에 대한 대처'를 물으면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금지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자제 요청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상학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10일 대북전단을 날렸다. 보름 넘게 잠잠하던 북한은 뒤늦게 오물풍선을 띄웠다. 분변까지 넣었다. 전단 살포를 받아치고 싶다면 그들도 '대남전단'을 보냈으면 됐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저열한 선전·선동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걸 북한도 잘 안다. 그러니 '거짓' 전단 대신 '불쾌한' 오물을 택한 것이다.


북한이 원하던 반응이 나왔다. 북한이 아닌, '대북전단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접경 지역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북전단을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에선 이미 위헌 결정이 난 대북전단금지법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북전단의 본질은 이렇다. 단절된 사회에서 억압받는 동포들에 자유를 전한다. 그 자체로 북한 정권의 세계관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예컨대 북한에선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른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침략으로부터 인민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지만, 북한에선 이게 '사실'이다. 대북전단은 이런 거짓을 깨뜨리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린다.


이런 본질과 무관하게 여론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북한을 도발케 하는 불필요한 자극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접경 지역에 사는 주민이나 관광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선 더 그럴 수 있다. 정부의 대처는 어땠을까. 대북 확성기 가동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은 군 대신 '용산'이 발표했다. 전단 살포에 자제 요청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통일부가 냈다. 불과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추진하는 데 앞세웠던 그 통일부의 입을 통해서다. '단호한 대응'이라는 박수는 용산이 받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통일부가 떠안았다. 안보적 관점보단 정치적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에 적절한 방침을 내놓지 않은 '반쪽 대처'는 사안을 방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 대북전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 키웠다.


모든 대북전단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라는 한마디로 규정하긴 어렵다. 대다수는 전단을 비공개로 살포한다. 이런 '조용한' 전단에 북한이 도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단체는 살포 사실을 크게 알린다. 이 경우 대체로 북한이 반발했다. 누군가의 자유가 북한에 도발의 명분을 내주고 다수의 안정을 침해한다면 '안보' 차원에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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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심리전에 정통한 전직 정보 관계자는 기자의 고민에 이렇게 답했다. "정부가 민간의 행동을 함부로 제약할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차원이라는 설명이 필요했다"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북한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됐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북한과 달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라고.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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